251명의 남자와 섹스 이벤트를 벌인 포르노 여배우의 다큐멘터리.
논스톱 섹스 릴레이 갱뱅(Gang-Bang:한 여자와 여러명의 남자가 성관계를 갖는 것), 포르노 여배우라는 코드는 확실히 상업적인 구미를 당길 만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사실 섹시한 포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섹스 애나벨 청 스토리」는 똑똑한 한 여자 대학생이 포르노 배우가 되고 그녀가 이벤트를 치르고 난 후 겪게 되는 주변의 변화와 태도들을 세밀하고 진지하게 접근해 간다.
국내에도 이미 몇몇 여성들의 성에 대한 솔직하고 충격적인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이것이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이 되어 앞다투어 위험한 모방이 계속 여성지를 도배하고 있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도 확실히 「여성의 성」이라는 문제는 항상 솔직함과 상업적 전술 사이에서 논란이 된다.
「섹스 애나벨 청 스토리」 역시 관객들에겐 그러한 호기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도발적이라 얘기할 만한 이 이벤트는 결코 성적인 상상력을 유발시키진 않지만 여배우의 상품화된 섹슈얼리티를 통해 야유와 갈채라는 상반된 논란을 확실하게 예견한다. 애나벨 청은 오히려 그것을 자신만만하게 즐기는 당당함까지 보이지만 그 이면엔 윤간을 당했던 아픈 기억이 숨어있다.
유난히 성에 관심이 많았던 남가주 대학의 여대생 그레이스 켁은 「애나벨 청」이라는 예명으로 포르노 영화배우를 자원한다. 검은 머리의 동양계 외모와 거침없는 태도는 그녀를 최고 인기의 포르노 스타로 만들고 애나벨은 포르노 감독으로부터 10시간 동안 300명의 남자와 상대하는 세계 최고의 갱뱅 이벤트를 제안받는다. 그러나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의 위선적인 잣대와 맞서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하기 위해 시작한 이벤트는 불의의 사고로 251명에서 그친다. 화장기 없는 여대생 그레이스 켁과 포르노 여배우로서의 애나벨의 모습은 사실 혼란스럽다. 알몸으로 대기하는 300명의 남자를 향해 애나벨은 웃으며 마지막 사력을 다하지만 카메라에 비춰지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에 대한 측은함이 들 정도다.
이벤트 이후 그녀의 주위는 달라진다. 짙은 화장을 하고 관객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포르노 배우라고 밝히지만 그녀 스스로는 에이즈의 감염에 대해 걱정해야 하고 자신을 믿어주는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애나벨의 이벤트 이후 300명의 도전에 성공한 재스민의 성공을 축하해주는 그녀의 뒷모습과 다시 포르노 배우 일을 시작하는 쓸쓸함을 놓치지 않는다.
과연 이벤트에 대해 『위험하지만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그녀가 비정상적인 성욕의 소유자인지, 전위적인 퍼포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용감한 포르노 배우인지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진 부분이다.
<엄용주 yongjuu@yahoo.com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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