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소자업체 인력 스카우트에 제동이 걸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모 반도체 소자업체는 최근 협력사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고성」 협조문을 발송했다.
협력사의 창구인 구매팀의 부서장 명의로 발송된 이 협조문은 『벤처열풍에 편승해 일부 업체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당사의 핵심인력을 빼내고 있다』면서 『당사 인력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부당하게 채용하는 일이 없기 바라며 필요한 인력이 당사에 근무중이라면 반드시 사전에 관계부서장과 협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조문은 또 『당사 인력이 개인적으로 협력사에 입사문의를 할 경우라도 반드시 사전 협의해줄 것』이라며 못을 박았다.
이번 협조문 발송에 대해 이 회사의 관계자는 『그동안 협력회사들과 상호협력해 공존공영을 이뤄왔으나 최근 몇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협력관계에 틈이 벌어져서는 곤란하겠다 싶어 협조를 부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명했으나 장비업체들은 이를 단순한 협조요청이 아닌 「스카우트 불허」 방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비업체의 관계자들은 『이번 협조문은 「더이상 사람을 빼내가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라면서 『아무래도 을의 입장인 장비업체로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고에도 불구, 인력을 스카우트할 경우 그 장비업체는 소자업체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사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 장비업체의 사장 A씨는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함께 일해본 소자업체의 인력은 현장근무 경험까지 갖춰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장비업체들에 꼭 필요한 인력』이라면서 『이렇게 협조공문까지 날아온 상황에서 그 업체의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B 사장은 『소자업체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데 누가 장비업체에 입사하려 들겠느냐』고 되물으면서 『결국 자사를 선택한다 해도 이 일로 「찍힐 수 있어」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도 돌려 보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비업체들의 이러한 시각과 달리 소자업체들은 『가뜩이나 인력난이 가중되는 사정을 뻔히 아는 장비업체들이 인력을 무분별하게 빼가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한 소자업체의 인사담당 임원도 『이번에 협조문까지 발송한 업체의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장비업체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신기술이나 영업비밀의 누출의 문제가 있어 다른 업종이라면 장비업체에서의 인력 스카우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협조공문 해프닝은 누구의 잘못여부를 떠나 최근 반도체업계에 극심한 구인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근본적인 인력육성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업계 한켠에서는 이번 소자업체의 협조문 발송이 자칫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종업종에서 이직하는 사람의 도덕성에 대해 비밀엄수와 같은 제도적, 도덕적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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