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399)벤처기업

IMF<17>

나는 질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식으로 화풀이를 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거요? 문 과장? 나에게 유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되겠오?』

『유감이 있다니요? 나는 사장님을 사랑했다니까요.』

『농담이라도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지금 당신의 태도는 사랑했던 남자에게 대하는 것이 못되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데요? 눈을 아래로 내려 깔고 다소곳이 있어야 되는 것인가요? 그렇게 순종적인 것만이 미덕인가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도전적인 태도 역시 아니오.』

『무엇이 아니다는 거야. 시팔.』

문 과장이 유리잔을 집어 던졌다. 문 과장에게 그와 같은 주사가 있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그녀와 술자리를 가져본 일이 없기 때문에 알 도리도 없었을 것이다. 가끔 있는 회식 자리에서 그녀가 술을 마시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그런 태도를 보인 일이 없었다. 나는 화가 치밀었으나 참아내려고 애썼다. 같이 잔을 깨면서 주정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녀를 달래려고 애썼다.

『이봐, 그렇게 화를 내지 말고 말로 해. 나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구. 내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지?』

『날 도와준다구? 개소리하고 있네.』

『이 여자가 점점 더 하네? 어디다가 욕이야?』

나는 벌컥 화를 내었다.

『내가 욕을 한다고? 그래도 당신 아버지만큼은 못해.』

『거기에 왜 아버지야?』

나는 정말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여자가 정신을 차리면서 조용해졌다.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웃었다. 어이가 없어 나도 따라 웃었다.

『사장님, 화났죠? 내가 너무 했나 봐. 미안해요. 내가 왜 이러지? 시집이나 갈 걸.』

『그래, 시집이나 가지 웬 궁상이오?』

『홧김에 시집이나 갈까?』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