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외양간은 소 잃기 전에 돌보아야 한다...하우리 권석철 사장

지난해 4월 일명 CIH대란으로 불린 전국적인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를 당하고 나서 해외의 세미나 또는 콘퍼런스에 참가하면 CIH바이러스의 피해사례로 언제나 한국이 언급되는 것을 보고 얼굴이 붉어진 경험이 많았다. CIH바이러스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백신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현재처럼 네트워크 환경도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고 CIH바이러스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는 웜(Worm)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컴퓨터가 CIH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었고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의문을 안고 지낼 수만은 없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2000년 4월 26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날이 오면 어김없이 CIH바이러스는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더욱이 현재 바이러스 신고 순위에서 CIH바이러스가 상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아직도 많은 수의 컴퓨터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이 다가올수록 CIH바이러스 신고 건수가 많아지는 것은 아마도 작년의 대란을 기억하는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미리 자신의 컴퓨터를 진단해 보고 감염사실을 신고해 치료방법을 문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이러한 반응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아직도 CIH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스템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회사를 경영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 사용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바이러스로 인해 받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컴퓨터를 처음으로 구입해 이제 막 재미를 느낄 순간에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컴퓨터가 주는 문명의 혜택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도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이러한 정보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역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라져야 하며, 더불어 컴퓨터 사용자 스스로가 자신의 컴퓨팅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의 배양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재물을 훔치는 도둑이나 강도가 있다면 그들을 잡는 경찰이 있듯이, 컴퓨터 바이러스가 있다면 백신 프로그램도 있다. 도둑이 들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알 듯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신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해 CIH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백신 프로그램의 사용법이나 최신 엔진 업데이트 소홀 등 컴퓨터 사용자의 준비 부족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제공하는 바이러스 예방일지 등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자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더라도 최소한 피해는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컴퓨터에 감염돼 있는 바이러스를 진단, 치료하기 위해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적극적인 방어책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많은 백신업체는 사용자의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이제는 CIH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올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용자가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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