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B2B 시장에 대한 도전과 민족의 희망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미래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과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할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 상황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B2B의 독특한 속성을 도외시하고, 마치 기업과 소비자간(B2C)처럼 수많은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과 산업별 협회 및 단체 그리고 관공서가 제 각각의 접근방법으로 우후죽순격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미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의 사이버 시장이 전통 산업의 리더기업들끼리의 연합을 바탕으로 전세계 사이버 시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델, 컴팩 등 대규모 반도체 구매자들이 연합하여 미국 I2사의 「Hitech-matrix.com」이라는 사이버 시장에서 반도체를 구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를 규합하면 국내의 유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그물(사이버 시장)에 편입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민족성을 가지고 열광적일 정도의 전 국민적인 붐을 이룬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B2B를 주도할 사이버 시장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세계를 주도할 사이버 시장의 성공적 구축을 위하여 우리에게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전제 조건들이 있다.

첫째, 사이버 시장 구축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과 전통산업 분야의 대기업들 그리고 기존의 중소 기업들간에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단일 기업 또는 일부 기업군의 주도하에 구축되는 협소한 사이버 시장만으로는 세계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시장이란 전통 시장이든 사이버 시장이든 일단 그 규모가 커져야 기업들이 몰려오게 되어있다. 많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보다 긴밀한 협력적 기반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내 규모가 작은 사이버 시장이 많아질수록 각자의 성공할 확률은 절대적으로 감소한다. 미국에서도 각 산업별 사이버 시장의 수는 2∼3개 정도로 상당히 제한적이다.

둘째, 서로 다른 세력들이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보다 중립적인 추진 주체가 있어야 한다. B2B 산업이 기존 기업의 각개전투 식으로 전개되면 국가적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보유한 요소기술, 사이버 시장에 대한 전문적 이해, 민첩한 의사결정 구조를 중심으로 전통산업 분야의 대기업들이 가진 거래 시장, 산업 프로세스 지식, 업계 영향력, 기존 중소 기업들이 가진 산업기반을 상호 결합하는 대승적 협력모델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정부는 조정자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간의 우호적 협력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을 중립적 추진주체로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합작회사의 설립도 유력한 대안이다.

셋째, 외국의 정보기술 솔루션 도입과 이에 따른 산업 영향력에 대하여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 국내 기업들에 제한된 거래가 아니라 전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개방된 거래가 불가피하다. 복잡한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이버 시장을 시급히 구축하기 위해 우리는 선진국의 앞선 정보기술 솔루션 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사이버 시장 그 자체가 해당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유지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협력 모델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인터넷 산업에서만큼은 오히려 일본을 앞서 나가고 있으며,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될 중국시장을 길목에 두고 있다. 97년 부즈알렌의 한국 보고서에서 지적된 바대로 우리는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를 인터넷 산업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을 선도하고 중국을 선점하며 동남아시아를 포용하는 목표로 역량을 집중해 나갈 때 한국 주도의 아시아 최대 사이버 시장 개설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 세계적 규모의 사이버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니면 각개전투에 힘을 소모하고 인터넷 시대의 중심에서 벗어나 변죽만 울리다가 주저앉게 되고 말 것인가.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2B or not 2B」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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