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8회-중대형컴퓨터업계(하)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한국HP 등이 국내 중대형 컴퓨터업계에 주류를 형성해 왔다면 최근 이 시장에 부상하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컴팩코리아 등은 신흥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IBM 출신들이 「아이들」, 한국HP 출신들이 「인우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중대형 컴퓨터업계에 강력한 파워를 형성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썬이나 컴팩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만큼 앞으로 이 기업 출신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상헌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54)은 화려한 경력을 갖춘 흔치 않은 최고경영인이다. 안경수 한국후지쯔 사장이 미 스탠퍼드 박사 출신으로 스탠퍼드를 대표하는 경영인이라고 한다면 이 사장은 미 MIT 박사 출신으로 미국 금속학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미 금속학회로부터 「뉴 잉글랜드 챕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사장이 과거 국내 중대형 컴퓨터업계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해외영입파로 분류되는 이유도 88년까지 미국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88년 한국디지털(현 컴팩코리아) 부사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되면서부터. 이어 97년 한국NCR 사장을 거쳐 99년 한국썬에 합류하면서 국내 중대형 컴퓨터업계의 거물로 급성장했다.

이 사장은 미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가장 큰 반대세력을 자임하고 있는 본사의 정책에 맞춰 앞으로 국내 IT산업발전을 위해 벤처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스타오피스의 공개 등 과감한 개방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그의 행보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학자 출신이라고는 생가되지 않을 만큼 호방한 성격이지만 업무처리는 완벽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경북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썬이 이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수한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탄탄한 영업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썬의 영업을 이끌고 있는 유선완 전무(46)는 이미 델컴퓨터의 초대 한국지사장을 역임할 정도로 국내 컴퓨터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영업통이다. 한국IBM 출신으로 김용대 한국SGI 사장과 막역한 사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새롭게 중대형 컴퓨터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 컴팩코리아는 전통적인 강호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과거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한국IBM, 한국HP 등과 각축을 벌였던 한국디지털과 PC시장의 강자였던 한국컴팩컴퓨터가 98년 합병되면서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해 종합컴퓨터시스템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컴팩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강성욱 사장(39)은 외국 중대형 컴퓨터업체 지사장으로는 가장 젊은 층에 속한다. 강 사장이 90년 컴팩이 인수한 탠덤의 한국지사장에 취임함으로써 나이 서른도 채 안돼 최고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재미있는 것은 90년 컴팩이 탠덤을 인수하면서 한국컴팩컴퓨터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것. 피인수업체가 인수업체 사장을 맡게 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긴 셈이다. 또 컴팩이 디지털을 인수한 98년에도 이강환 전 한국컴팩 사장을 물리치고 공룡으로 재탄생한 컴팩코리아의 초대사장으로 국내 컴퓨터산업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강 사장의 이같은 경력은 철저히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의한 것으로 이미 컴팩코리아의 매출실적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해 준다. 특히 컴팩 본사에서도 강 사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외국컴퓨터업체의 국내 현지법인으로는 처음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벤처기업들에 대한 기술지원 및 컴퓨터파워를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익셀런트센터」를 개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서울 고려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MIT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국내 중대형 컴퓨터산업에서 한국NCR는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난 80년대부터 꾸준히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해오고 있는 중견업체다. 동아컴퓨터에서 출발한 한국NCR는 테라데이타솔루션사업본부와 유통솔루션사업본부, 고객지원사업본부 등 3개의 부서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고객지원서비스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임원빈 부사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각 사업본부가 완전히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임원빈 대표이사 부사장(48)은 동아컴퓨터에 입사해 주로 영업보다는 기획 및 마케팅, 서비스사업부문 등에서 일해 왔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NCR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경영인은 전체 매출에서 605억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테라데이타솔루션사업본부의 경동근 부사장(41)이다. 나익진 동아컴퓨터 창업자에게 일찍부터 눈에 띄어 한국NCR 경영진에 합류한 경 부사장은 승부근성이 있는 영업맨으로 특히 업무추진력에서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CR를 대표하는 데이터웨어하우징 솔루션인 테라데이타사업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서비스사업 등을 총괄하면서 한국NCR가 최근 이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전기·전자 및 반도체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경종민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실제다.

LG히타치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모두 일본 히타치의 컴퓨터시스템과 기업용 저장장치를 공급하고 또 합작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LG히타치를 이끌고 있는 이은준 사장(58)은 IT산업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69년 금성사에 입사해 LG전자 국내영업담당 전무, 멀티미디어사업본부 부사장, 아주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98년 LG히타치 최고경영자로 영입됐다.

이 사장은 LG전자에서 구축된 인맥과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LG히타치가 단순한 컴퓨터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닌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는 토털솔루션공급업체로 변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류필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사장(55)은 최근 단행된 그룹인사에서 SI업체인 효성데이타시스템 사장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효성그룹의 IT사업을 총괄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30년동안 효성에 몸 담아온 정통 효성맨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한국컴퓨터와 KCC정보통신은 돋보이는 기업들이다. 지난 20여년동안 이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오면서 나름대로 확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비록 과거 최고의 컴퓨터기업으로 명성을 날렸던 한국전자계산이 대표이사 자리를 이주용 창업자에서 장남인 이상현 사장에게 물려주며 완전히 SI업체로 변신했지만 한국컴퓨터는 탠덤컴퓨터시스템을 공급하면서 금융권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다.

이정훈 한국컴퓨터 사장(48)은 83년 한국컴퓨터에 입사해 최고영영자의 자리에 오른 전문경영인으로 한국컴퓨터가 창업자인 홍국태, 흥승채 회장으로 이어져온 오너체제를 전문경영인체제로 자리를 굳히게 했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업무처리가 꼼꼼하고 수더분한 성격으로 한국컴퓨터를 인터넷업체로 변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기업용 저장장치 이른바 스토리지시장이다. 기업환경이 인터넷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할 수 있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 스토리지는 본체인 컴퓨터시스템을 능가하는 유망사업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저장장치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은 한국EMC다. 스토리지전문업체라는 기업의 성격에서부터 한국IBM, 한국썬, 한국HP 등 기라성같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들을 따돌리고 국내 최고의 스토리지업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정형문 한국EMC 사장(43)은 우리나라에 스토리지의 개념을 처음 전파한 인물이다. 한국NCR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87년 코리아에이컴이라는 중소업체에서 스토리지사업을 시작해 95년 한국EMC설립과 함께 초대지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한국EMC를 이끌어 오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방을 세울 정도로 숱한 좌절과 역경 속에서 재기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인간중심의 경영을 강조, 외국인 업체로는 가장 이직률이 낮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남 영광 출생으로 한국외대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했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와 넷컴스토리지(구 창명정보기술)는 외산이 완전히 주도하고 있는 스토리지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내 전문기업들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장갑석 유니와이드 사장(38)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ETRI와 공동으로 국산 스토리지 개발에 성공,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유니와이드가 코스닥에 상장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박헌하 전 핸디소프트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 개발자로서 자신의 위치로 되돌아갔다.

조승용 넷컴스토리지 사장(47)도 과거 외산 스토리지를 단순히 수입판매하던 사업에서 탈피해 자체적인 기술개발로 국산 스토리지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86년부터 스토리지와 연을 맺은 조 사장은 91년부터 창명정보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해오고 있으며 소탈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3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모교인 중앙고에 남몰래 투척, 훈훈한 감동을 던져주기도 했다. 서울 중앙고와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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