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커넥터업체인 S사는 최근 0.5㎜ 협피치 FPC 커넥터를 자체 개발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이아무개 사장은 기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려주면서 절대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몇번이고 요구했다.
이 사장이 최신 기술의 국산 커넥터를 개발한 자랑스런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부품을 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경쟁업체들이 상식 이하의 덤핑으로 고사작전에 돌입하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일본 제품보다 18∼25% 저렴한 가격의 국산 부품을 내놓으면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일본 업체들이 곧바로 40∼50% 가격을 인하해 발붙일 곳도 없게 만든다』며 『문제는 국산 부품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일본 업체들이 곧바로 가격을 원래대로 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 사장은 『현재 10곳의 거래처에 신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소리소문 없이 팔아야 금형·조립장비 등의 감가상각비를 뽑고 일본 업체들과도 가격경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국산품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커넥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반도체 소자, SMD 검사장비, 반도체 생산 검사장비 등 대부분의 전자부품과 장비개발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LCD등 일부 완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필요한 주요 부품과 생산장비는 대부분 일본 업체에 의존해 실속 없는 장사를 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따라서 일본에 편향된 산업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국산 부품 및 장비 업체들이 개발한 신제품이 정당한 경쟁을 통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0∼50%나 싸게 파는 덤핑을 규제할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것도 아닐텐데 일본 업체들의 횡포를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산업전자부·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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