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도박 근절

정부가 인터넷 도박을 단속한다고 한다. 인터넷 도박이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는 점에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뒤늦게라도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도박이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다가 금전적인 파탄으로 가정과 직장을 잃게 하고 국가적으로는 국민들의 건전한 사회활동을 방해해 국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도박을 마약과 함께 망국병으로 경계해 오고 있다. 사행심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돼 있는 심성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교육과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가 이를 자제시킬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해 왔다. 그동안 도박이 밀실에서 이뤄지는 제한된 범법행위에 불과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도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고 빠져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은 특정한 장소가 아닌 자신의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게임을 하듯 별다른 죄의식없이 도박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운영되고 있는 도박 사이트는 4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10여개 사이트가 한국어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들이 이들 도박 사이트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국내 중개 서비스를 실시하는 사이트도 적지 않은데 일부의 경우 도박이 합법화된 버뮤다나 지브롤터에 서버를 설치해 내국인들을 상대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도박에 접속하는 네티즌도 상당수에 달하고 이들에 의한 외화 유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지난 1월 적발된 중개 도박 사이트 14개에 접속해 도박을 한 네티즌만 4개월 동안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golden-casino.com 등 2개 사이트에서 8개월 동안 유출된 외화가 27만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하는 국내 네티즌들이 이미 100만명을 넘고 유출되는 외화도 연간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어선 것이 확실하다고 하겠다.

현재의 추세를 방치할 경우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네티즌 수와 유출되는 외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비한 법제도를 정비해 도박 사이트 개설자와 이용자를 처벌할 근거를 만드는 작업과 인터넷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정보통신부를 비롯, 경찰청과 관세청 등 유관기관들의 공조체제 구축이 하루 속히 실체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또 청소년들이 도박 사이트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및 가정에 도박 사이트 접속 차단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것과 도서관 등 공공기관 및 PC방 등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속 차단 소프트웨어 보급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인터넷 도박이 자칫 국민들을 한탕주의로 몰고가 IMF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던 근검절약 풍조를 완전히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대응에 나선 정부가 차제에 인터넷 도박이 우리 사회에 문젯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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