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홈 네트워크 시대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만화 프로그램인 「젯슨 가족」을 자주 시청하는 사람들이 털어놓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주인공 가족이 꾸며 놓은 미래의 가정을 엿보는 것이다.

「젯슨 가족」이 살고 있는 집 곳곳에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전화, 전자 음식 분쇄기, 집안 일을 돌보는 로봇 등 신기한 도구들로 가득 차 있다. 드라마에서는 또 이러한 도구들이 대화하는 「믿기지 않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이와 같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멀지 않아 일반 사람들의 가정에서도 상당 부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IT기술을 이용한 홈 네트워킹 제품이 지난 18개월 동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10여년 전만 해도 홈 네트워킹 분야는 컴퓨터 마니아들의 호기심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후 홈 네트워킹 시장은 기술 전문회사와 미디어 회사들이 모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되었다. 특히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부터 관심은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일주일이 멀다하고 홈 네트워킹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물론 신제품 발표 소식도 잇달아 신문과 방송 등에 소개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네트워킹 시장 조사업체인 캐너스인스탯 그룹(http://www.instat.com)은 대부분의 초기 기술들이 그러하듯이 홈네트워킹 제품도 시간이 필요할 뿐 현실세계에 등장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있다.

△네트워킹의 필요성

홈네트워킹 시장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인터넷과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가정 내의 모든 사람과 기기에 유통시키기를 원하는 사용자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 모뎀, 디지털 가입자 회선(DSL), 심지어 직접위성 방송 등을 통한 광대역 접속 서비스가 일반화 됨에 따라, 사용자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단 한 대의 PC 또는 PC와 PC 사이에서 주고받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가정 내의 다른 전자 기기와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특히 21세기에는 2대 이상의 PC를 보유한 가정, 저렴하고 간편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소호 사업자, 새로운 매출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PC와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에 홈 네트워킹은 필수적인 도구로 인식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수요가 있는 한 이와 관련된 어떠한 사업도 바로 성공과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신기술 분야가 늘 그렇듯이 홈네트워킹 제품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상이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홈 네트워크에 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을 지향하는 양대 진영이 바로 이들이다. 첫번째 진영은 PC제조업체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로 구성된 PC를 중심으로 한 캠프가 있다. 이들은 홈네트워크란 결국 홈 서버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PC를 기반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비해 주로 가전제품 업체들로 구성된 두번째 진영은 홈네트워크에서 PC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PC대신 이 네트워크가 외부 인터넷과 홈네트워크 사이에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홈 게이트웨이라고 하는 또 하나의 디바이스에 의존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의 PC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손을 잡은 윈텔 진영이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가전 회사들은 PC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여 홈 네트워크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전자공학회가 제안한 「IEEE/1394/HAVi」,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니버설 플러그 앤 플레이(Universal Plug and Play),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니(Jini) 등의 기술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양대 진영의 틈바구니에서 끼어있는 반도체 업체들과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이 시장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보다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양진영 모두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상황이다.

양대 진영 모두 홈 네트워킹 시장이 마켓 포지셔닝을 잘하는 회사들에는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홈 네트워크 장비 시장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캐너스인스탯 그룹은 북미 홈네트워킹 시장 규모가 2001년 8억 달러에서 2003년 14억 달러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표참조

△홈네트워킹의 정의

홈네트워킹에 대한 정의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여러 가전제품들이 원래의 용도 외에 제품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캐너스인스탯 그룹은 홈네트워킹을 「사용자에게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로 다른 제품들 중에 가까운 곳에 있는 기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Cluster)」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가정에는 4개의 기본적인 클러스터가 있다고 본다. 이들은 홈 통제 및 관리 클러스터, PC를 근간으로 하는 생산성 클러스터, 오락기능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휴대폰 등 커뮤니케이션 클러스터들이다. 각각의 클러스터 내에는 다른 기기와 유사한 서비스나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들이 결합되어 있다.

또 동일한 클러스터에 속한 제품들은 서로 근접한 장소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방에 있는 TV와 거실에 있는 TV는 서로 다른 클러스터에 속해 있다. 서로 다른 방에 있는 PC를 연결하는 것과 같은 가장 일반적인 홈네트워크 방식은 각 방의 PC가 속해 있는 클러스터 외부에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기라고 볼 수 있다.

홈네트워킹 기술은 크게 두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새로운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네트워크와 기존의 선을 활용하거나 무선 기술을 사용하는 네트워크다.

홈네트워크 산업 초기에 큰 업체들이 사업 방향을 잘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미국 대다수의 가정에 근거리통신망(LAN)용 케이블인 UTP(Unshielded Twisted Pair) 전선, 구리선 또는 광섬유 같은 케이블이 깔려 있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가정 전화선 네트워크협회(Home PNA)가 가진 힘은 이 회사들이 대부분 가구주들이 벽에 구멍을 뚫거나 집안 곳곳에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이방 저방에 케이블을 매달거나 하는 일들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새로운 선을 설비하지 않은 채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RF라고 보는 그룹은 「홈 RF」 또는 블루투스(Bluetooth)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새로운 회선을 설치하는 방안

홈네트워크 구축의 또 다른 방식은 전통적인 전선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가구주가 벽을 뚫고 집에 케이블을 설치하거나 집을 신축할 때 처음부터 옵션으로 케이블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매우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새로운 케이블 설치를 필요로 하는 네트워킹 기술이 최근 선을 보이고 있다. 먼저 올해 초부터 적용된 홈네트워킹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인 「카테고리(category) 5」의 UTP 이더넷 네트워킹 표준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은 고속의 「IEEE1394」와 동축케이블이다. 아마 앞으로 집을 새로 지을 때에는 새로운 선을 설비하는 것이 한층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새로운 선을 활용하는 가장 바람직한 솔루션은 「IEEE1394/HAVi」 접속이다. 홈 오디오/비디오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이 사양은 가전제품들을 연결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IEEE1394를 기본적인 전송메커니즘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진영에는 소니, 히타치, 필립스, 샤프 그리고 도시바가 있다. HAVi는 1394를 필수적인 인터페이스(모든 HAVi는 1394 플러그를 지원한다)로 지원하지만 벤더들이 무선링크와 같은 복수 인터페이스를 원하는 경우 1394 인터페이스에만 기기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소니는 이미 HAVi를 기반으로 한 몇 가지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미래

향후 수년 동안 홈네트워킹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캐너스인스탯 그룹은 2003년경이면 새로운 선을 설비하지 않는 네트워크가 홈네트워크 백본의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지난해 사실로 드러났다. 1999년 전체 홈네트워킹 제품 판매는 새로운 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이 주도했으며, 특히 인텔, 쓰리콤, 그리고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와 같은 제조업체들의 전화선을 이용한 제품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래의 가정용근거리통신망(홈LAN)을 구성하는 주요 제품들은 가격은 물론 스피드, 안전성, 다양한 기능 등을 두루 충족시키는 기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랩탑이나 PDA 같은 무선 접속이 필수적인 이동(모바일) 기기들은 대부분 RF를 이용할 것이다. 또 케이블 모뎀, DSL, 모뎀과 같은 게이트웨이 콘텐츠를 분배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는 전화선과 RF 두 종류가 널리 사용될 것이다. 이에 비해 네트워크 접속기능이 생명인 세트톱 박스는 주로 1394, 전화선 그리고 RF가 골고루 활용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캐너스인스탯 그룹은 홈네트워킹의 성패를 결정하는 필수요인으로 다음의 5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광대역의 확산이다. 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되면 홈네트워크의 확산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정 내의 다양한 전자제품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것이야말로 홈네트워킹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둘째, 표준의 문제다. 표준화는 초기 기술이 선도하는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HAVi」와 「홈PNA」와 같은 파트너십과 협회들이 앞으로 회원 숫자 확장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은 상호 연동이 가능한 홈네트워킹 제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셋째, 저비용 문제다. 표준화는 물론이고 제품 비용이 소비자가 수용할 정도의 가격까지 떨어져야 한다. 초기 홈네트워크 제품들은 지나치게 고가였다.

넷째, 사용자가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이어야 한다. 홈네트워크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제조업체들이 사용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캐너스인스탯 그룹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기기의 박스를 열지 않고 자신들의 PC에 「NIC」나 「PCI」 카드를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다. 홈네트워크 산업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네트워크 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홈네트워크는 고작 PC에 연결하는 것 뿐이었다. 다음 단계는 이 네트워크를 스테레오, TV, 세트톱박스, 보안시스템 그리고 대형 가전 제품에까지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가전 메이커들은 생산제품에 접속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홈네트워크 접속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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