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한국벤처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총 5212개로 98년 5월 벤처인증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5000개를 넘어섰다. 업종별로 보면 인터넷의 활성화에 힘입어 전자·정보통신분야의 벤처기업이 1871개로 전체 벤처기업의 36.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인원도 1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같은 벤처기업의 활성화는 IMF체제로 인한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정보통신·디지털혁명에 따른 벤처의 유연성, 스피드가 기존의 기업경영체제를 대체하였기 때문이다.
벤처란 말 그대로 모험적 기업이다. 창업 당시에 모험적이라 함은 처음부터 실패의 위험을 전제로 하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처의 성공률은 매우 낮으며 미국의 경우 창업 후 10년 내에 83%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대적 조류에 편승한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이러한 희박한 확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성공조건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가지라도 독창적이고 경쟁자가 모방할 수 없는 아이템을 포착해야 한다. 인터넷사업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하거나 하기 어려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의 원천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몇가지만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면 다른 경쟁자들이 금방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최초로 사업화한 야후(yahoo.com)를 비롯하여 인터넷서점의 아마존(amazon.com), 인터넷 가상공간에 「벼룩시장」을 구현한 이베이(ebay.com),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경매서비스를 제공한 옥션(auction.co.kr) 등은 모두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장진입에 성공한 사례라 하겠다.
둘째, 충분한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 붐에 편승하여 뚜렷한 수익실현 방법도 없이 벤처투자로 기업가치만 상승시켜 자본이득을 노리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창업자나 투자자가 단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술발전 트렌드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만 인터넷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셋째,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벤처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인터넷분야의 사업은 대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좇는 용기와 불굴의 의지가 담긴 사고가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용기와 의지만이 아니라 광대한 정보의 가공과 조합을 통해 현상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미래사회에 대한 예견능력까지도 요구된다. 창업자는 높은 성취욕구를 바탕으로 기술적 안목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며 조직원은 마니아적 근성을 지니고 보상보다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속해야 한다.
넷째, 대기업과의 업무협력 및 관련기업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대기업이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략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테헤란로 일대의 「서울벤처밸리」에 성공한 인터넷 벤처기업이 많은 것은 정보의 공유,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이른바 「네트워크의 경제(Economies of Networking)」 효과를 실현하였기 때문이다.
다섯째, 변화에 익숙한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출현하는 인터넷분야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기술변화에 재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조직 내외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쉽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벤처기업 4만개를 육성하고 12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1조원의 투자자금을 지원해 벤처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18%까지 높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다수의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지원하여 「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양산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경제환경과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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