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온라인게임, 도마위에

정부는 그동안 전자오락실에서 포커·고스톱 게임을 이용한 도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게임의 심의를 담당하는 영상물심의등급위원회는 최근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 네트워크 기능이 있거나 과도한 베팅, 더블 기능 등을 갖고 있는 카드 및 포커게임기에 대해서는 무조건 등급 보류판정을 내리기로 한 바 있다. <본지 2월 8일자 기사 참조>

하지만 등급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오락실용 아케이드 포커 및 고스톱 게임에 대한 것으로 온라인 게임과는 무관하다. 다시 말해서 업소용이 아닌 PC게임용으로 심의를 받을 경우 네트워크 기능이 있고 베팅이 높은 고스톱 및 포커 게임도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고스톱과 카드 게임은 아예 등급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온라인 고스톱 게임들의 경우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 대 사람간의 대전이 가능해 사행성 도박으로 변질,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음에도 현재까지 명확한 심의 기준이 없음은 물론 심의 주체조차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심의 주체의 경우 현재 PC 게임은 등급위원회가 심의를 맡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PC 게임의 상당수가 네트워크 기능을 지원하는 등 PC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심의 주체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등급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각각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미디어부의 최영호 부장은 『현재 온라인 성인용게임에 대한 등급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등급심의위원 및 문화부 관계자들과 세부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등급위원회는 일단 현금이 오고가는 온라인 성인용 게임은 무조건 불법으로 규제할 방침이다. 문제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현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소액결제 전자화폐, 일명 사이버머니다. 등급위원회는 사이버머니를 이용한 베팅이 소액일 경우 허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역시 지난 98년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서비스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린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최근의 여건 변화를 고려해 온라인 고스톱·포커 등을 허용하되 과다한 베팅을 금지하고 청소년들의 이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세부 지침을 계획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온라인 고스톱과 카드 게임이 건전한 오락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심의 기준을 마련해 공표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게임의 유통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오락실용 게임·PC 게임·온라인 게임 등 각 분야별 게임의 특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심의 기준이 제정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등급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