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는 반도체·LCD와 더불어 신이 인류의 정보기술(IT)산업 미래를 위해 예비해 둔 3대 선물중에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는 전지가 IT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들어 세계 주요 연구소 및 시장 예측 기관들도 21세기 세계 문명을 주도하게 될 핵심 테크놀로지로 전지를 우선 꼽고 있다.
미국 바텔기술경영 그룹은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시되는 10대 산업을 선정하면서 유전자 조작과 더불어 전지를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지목했을 정도다.
이처럼 전지가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까닭은 정보통신·우주항공·환경기술로 집약되고 있는 인류의 미래 산업과 직·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지는 쓰임새가 무한대에 가깝다. 장난감에서부터 정보통신기기·자동차를 비롯해 우주선 등 인류가 고안해낸 거의 모든 도구에 전지가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전지가 발전소 기능까지 대체, 인류의 주에너지 공급원으로 등장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년전부터 태양에너지를 우주 공간에서 채열, 마이크로통신을 이용해 지구로 송전해 저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순간 전압이 수억 V에 달하고 최대 2만 A 전류값을 지닌 번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저장, 이를 전지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지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지구 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대비하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선물이라는 전지는 아직까지 그 심오한 섭리의 일단만을 인간에게 보여주고 있다. 전지가 인류를 환경오염이란 재앙에서 구원할 수 있는 대안중의 하나라는 점을 제시하면서도 아직까지 더 많은 땀과 인내를 인류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전쯤 개발됐다는게 정설이다. 독일 고고학자인 빌헬름 케니히는 지난 1932년 이라크 바그다드 근교를 발굴하다 점토로 빚어진 항아리 모양의 전지를 발견했다. 일명 「바그다드 전지」라고 명명된 이 전지가 현존하는 최고의 전지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그리스 시대에도 전지가 사용됐다는 문헌상의 기록이 있으나 실물로는 바그다드 전지가 가장 앞선다.
현대적 의미의 전지 효시는 지난 1800년 이탈리아 과학자 볼타에 의해 개발된 망간전지라 할 수 있다. 1차 전지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는 망간전지 기술을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지를 총망라해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망간전지는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할 수 없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전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전지가 현재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축전지인 2차 전지다. 그러나 이 축전지는 충·방전을 통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반면 소형화·고용량화하는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2차 전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건전지처럼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오늘날 이동통신기기의 전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다.
리튬이온전지에 앞서 니카드·니켈 수소 전지 등 2차 전지가 있었으나 반복 충·방전에 따른 성능 감소(일명 메모리 이펙트)현상에다 환경오염 문제까지 겹쳐 리튬이온전지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전지산업사의 혁명으로 치부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가 지난 90년 일본 소니에 의해 상용화됨에 따라 일본은 세계 2차 전지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으며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전지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반면 일본보다 앞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한 미국과 캐나다는 상업화 초기에 발생한 리튬이온전지 폭발 사고를 보고 이 전지의 상업화를 늦추는 바람에 세계 2차 전지 시장에서 2등 국가로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그러나 전지 강국인 미국과 캐나다가 「꿈의 산업」이라 불리는 전지산업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다. 미국·캐나다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리튬이온전지보다 안전하면서도 가볍고 효율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리튬폴리머전지의 상업화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차세대 2차 전지로 부각되고 있는 리튬폴리머전지는 특히 다양한 형태의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디지인이 중요시되는 미래 정보통신기기의 핵심 전원으로 채택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 리튬폴리머전지는 대용량화가 가능해 자동차 연료를 대체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 자동차 3사는 물론 유럽·일본·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유력 전지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리튬폴리머전지를 연료전지로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거의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리튬이온전지 및 리튬폴리머전지는 지금보다 훨씬 기능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질은 액상인 관계로 폭발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같은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보완한 개념이 금속리튬전지다.
순수 리튬 금속을 활물질로 사용하는 이 금속리튬전지는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오명을 완전히 해소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리튬폴리머전지와 더불어 차세대 전지로 부각되는 전지중에 하나가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전지라기보다 발전기에 가깝다. 공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이산화탄소 등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2차 전지처럼 충전할 필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차세대 2차 전지 후보군으로 손꼽히는 전지는 전기이중층콘덴서와 공기아연전지를 들 수 있다. 전기이중층콘덴서는 오늘날 리튬이온전지로써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1만회 이상의 충·방전을 되풀이해도 특성이 변하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NEC· 마쓰시타전기산업 등 일본 전지업체들이 이 전기이중층콘덴서의 상용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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