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첼리나 위성을 이용해서 모스크바 시내를 달리고 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 차안에서 대화하는 것을 감청한다. 이 정도가 되다 보니 특별한 방어시스템이 설치되지 못한 곳에서의 대화는 공개되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물론 통신의 감청 가능성은 당연했고 일반적인 대화조차 안심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사관의 유리창은 방탄은 물론이고, 이중유리를 넣고 그 사이에 물을 넣어 공기 파장을 막았고, 구화(口話) 영상 감청 가능성 때문에 중요한 회의실이나 기밀을 요하는 간부의 방은 당연히 외부와의 시계(視界)를 차단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은 통신 속에 파고드는 감청인데, 컴퓨터 관련 통신인 인터넷과 팩스 그리고 전자우편의 도용이었다. 미 국가안전국(NSA)의 통신 관련 방어시스템은 CIA와 공유하면서도 별개의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러나 본질에 가서는 CIA 통신국과 NSA의 감청국은 모든 기술을 공유하고 있었다.
감청 시스템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기관 에셀론(Echelon)은 NSA를 중심으로 유럽연합과 공동으로 운영되는데, 깊이 개입하고 있는 기관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방위신호위원회(DSD), 캐나다 통신보안국(CSE),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 등이었다. 미국이나 소련은 음성만을 감청하는 인공위성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또한 그것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다. 도청 방어 시스템과 감청 시스템은 사촌간의 불가분의 관계였다. 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바로 병원균의 정체와 그 과정을 파악한다는 뜻이다.
나는 주로 도청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지만, 그것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감청의 핵심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퇴근시간이었는데, 로버트가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했다. 통신 관련 회의가 열리는 때가 있지만 대부분 아침에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나는 모스크바 대학원에 강의를 들으러 가야 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서둘러서 막 퇴근을 하려고 했었다. 회의에 참석하니 그곳에 모인 대사관 직원들이 대부분 첩보 관련의 요원들임을 알 수 있었다. 비밀 분류 1급이라는 기밀사항이 내려지고 곧이어 환등기가 비쳐지면서 미국 국가정찰국(NRG)에서 파견된 요원이 설명을 했다.
그때 화면에 나온 위성은 훗날 음성 감청 시스템의 전문 위성으로 알려진 볼텍스 위성의 전신이었다.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제대로 된 위성이 나왔지만, 그때도 일정한 수준에 올라 있는 첩보 위성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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