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바이올린」의 첫번째 모습은 바이올린에 얽힌 다섯개의 일화를 쫓아가는 옴니버스식의 낭만적인 동화다. 세기의 명품이 탄생되는 순간에서부터 새로운 안착지를 찾을 때까지 걸리는 30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영화는 5개국을 넘나들며 시대의 아픔과 사랑을 노래한다. 중세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점성가의 예언과 영혼을 간직한 「레드 바이올린」, 그리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경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수아 지라드 감독의 레드 바이올린은 점괘라는 다소 주술적인 중세의 모티브를 통해 의지가 아닌 운명의 역사를 그려냄으로써 나약한 인간과 예술의 위대함을 역설적으로 빗댄다. 5개국을 돌며 각기 그 나라의 언어와 배우들을 기용하여 그려내는 이야기들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재미 역시 만만치 않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단조로운 이야기 구조는 후반부에 들어 스릴러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상업적인 색채를 분명히 드러낸다. 물론 이 시도는 영화를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극적 반전이라는 새로운 리듬을 부여하는 데는 효과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감독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스네이크 아이」에서 사용했던 것처럼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 각자의 다른 시점으로 카메라를 촬영함으로써 경매장에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17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린을 만드는 니콜리 부조티는 자신의 최고 걸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그 바이올린을 곧 태어날 아기의 선물로 준비한다. 그의 아내 안나는 아기의 운명을 궁금해하며 점을 보고 점성가는 다섯장의 카드를 차례로 뒤집어가며 행복과 불행의 역경들을 얘기한다. 영화는 카드 뒤에 그려진 운명의 그림을 하나둘씩 풀어가는 구조로 진행된다.
위험한 출산이 될 것이라는 점성가의 말대로 안나는 아기를 낳다 죽고 니콜리는 안나의 머리털로 붓을 만들고 그녀의 피로 바이올린을 채색한다. 이제 점성술가가 예언하는 아기의 운명은 곧 바이올린의 운명이며 동시에 그것은 안나의 영혼과 운명이기도 하다.
18세기 알프스 수도원에서 신동의 손에 들어간 바이올린은 무덤 속에 묻히고, 집시의 손에 들려져 떠돌기도 하며, 19세기에는 광기어린 천재 연주가의 정욕에 희생되기도 한다. 문화혁명기의 중국에서 가까스로 희생을 모면한 바이올린의 마지막 안식처는 몬트리올의 경매장. 감정사 모리츠는 이 위대한 걸작품에 마음이 흔들리고, 역사의 후손들은 바이올린을 사기 위해 경매장으로 모여든다.
지적인 사고와 상업적 결말의 배합이 다소 의아스럽지만 바이올린에 대한 강렬한 총체적 체험기로는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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