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장치 오작동의 원인은 처음 시제품이라서 불량품이 나왔는데, 그 불량품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납품한 데 원인이 있음이 밝혀졌다. 전 생산량의 20% 이상 불량품이 나왔다. 그렇게 많이 나온 것은 공정이 진행되는 시설에 장치한 습도와 먼지 방지 시스템에 이상이 있어 그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컴퓨터 첨단 장비의 제작에 습도와 먼지를 차단하지 못하면 치명적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었다. 책임을 맡았던 배용정이 그것을 몰라서 방치한 것일까.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거기에는 무서운 음모가 있었다.
배용정이 사표를 내고도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으나 나는 그에게 월급을 송금해 주었다. 그런데 그 돈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는 하숙집을 옮기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고려방적에 납품했던 FA44는 광주에 있는 방적공장 흥아제사에 납품했다. 그곳은 규모가 작아서 1000기 정도 납품했으나, 자금이 어려운 상태에서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다이묘 주물공장의 기술과장 후쿠오카의 소개로 마스다수자원환경센터의 중앙제어장치 시스템을 수주해 개발에 들어갔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는 그 해 겨울에 일본 오사카로 가서 마스다연구소에서 일했다. 서울과 오사카를 오가면서 일했는데, 해를 넘기면서 나에게 충격적인 보고가 올라왔다.
사표를 내고 종적을 감추었던 배용정이 뜻밖에도 대동컴퓨터 부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뒷머리를 무엇인가 둔탁한 것이 때리는 현기증을 느꼈다. 설마 했지만, 조사를 해본 결과 그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
대동컴퓨터는 재벌그룹의 방계회사로 자본력이 뛰어나고 조직이 완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회사 역시 기술진이 빈약하고 새로운 기술의 취약함은 다른 컴퓨터 회사나 별로 차이가 없었다. 대동컴퓨터에서 개발했다는 자동제어장치를 분석한 결과 그 응용프로그램은 FA44에서 변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프로그램을 배용정이 빼돌려 대동에 넘긴 것이다. 그 일뿐만이 아니라, 그는 고려방적에 불량품을 납품해서 오작동을 일으키게 하여 신용도를 최악의 상태로 만들었다. 고려방적의 오작동 소문은 업계에 퍼져서 내 회사와 수주를 기피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오해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모든 정황을 살피면 배용정은 의도적으로 나를 희생시키며 산업스파이 일을 하고 대기업에 간부로 뽑혀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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