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89)

 우리는 새벽 세 시쯤 되어서 술집을 나와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강강수월래를 하는 동안 배설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여자를 같이 하지 않았다.

 술에 취해서 배용정과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호텔 복도를 걸어갔다. 아마 노래조차 불렀던 것 같으나 다행이 아무도 나와서 시비를 걸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리자 옆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운전기사 윤씨가 나와서 나를 부축했다.

 『윤 기사, 내가 부축을 받을 만큼 취한 것은 아니야. 나를 늙은이 취급하지 마시오.』

 윤 기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부동자세로 섰다.

 『당신은 내일 운전해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떡해. 우리한테 신경쓰지 말고 자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윤 기사가 그의 방으로 돌아갔다. 배용정은 나의 방에 그대로 머물면서 머뭇거렸다.

 『너무 늦었으니 형도 가서 자요.』

 『최영준,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어.』

 『형 혼자의 탓도 아니지. 내가 일본 다이묘 회사에 신경을 쓰느라고 소홀한 탓도 있지.』

 『어쨌든 미안하다.』

 배용정은 매우 쓸쓸하게 말했다. 그는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가 나에게 미안하다는 것은 고려방적의 제품 납품 책임자로서의 실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일로 받아들였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불량품 납품은 실수가 아니고 의도적인 것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서 고려방적에 다시 납품할 제품을 철야작업을 하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기술자 한용운, 오준호와 함께 제어장치 오작동에 대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배용정은 책임을 졌던 당사자 입장에서 제품 점검하는 일에서 빠졌다. 사표를 써서 내고 아예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그가 사표를 냈다고 해서 나는 단번에 처리하지 않았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배용정이 나를 보기 거북해서 피하는 것으로 알고 일정한 시일 동안 휴가를 주듯이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래서 나중에 그의 마음이 안정되고, 일이 수습되면 그를 다시 부를 생각이었다. 계속 회사에 나오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 한 동안 쉬었다가 출근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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