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청바지로 유명한 의류업체 N사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해명서가 한 건 올라왔다.
「모든 것을 밝힙니다.」
3억원이라는 거금을 내걸고 진행됐던 도메인명 공모행사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주장하는 장문의 해명서였다. 뒤이어 「N사 도메인 사건 해결을 위한 네티즌 행동」이란 이름의 홈페이지에는 N사의 해명에 불복,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올라왔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네티즌들과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업체의 한달여 공방전은 끝내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와 해킹, 음란물과 불법복제품 범람, 난무하는 언어폭력과 스팸메일, ID 도용 등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성을 이용한 악의적인 행위들이 인터넷 보급 확대에 비례해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위 N사의 사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 있다. 사이버 비즈니스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관한 문제다.
앞의 사례들이 사회적 해악이라는 데는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단지 그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를 둘러싼 필요성이나 방법론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N사의 경우는 명암의 구분이 무 자르듯 명쾌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점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치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또는 경영전략을 구사한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음모에 가까운 기만행위였다는 평가도 가능한 것이다. N사의 사례 말고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회원 확보를 위해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벌이는 공모행사는 시간이 갈수록 횟수가 늘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케팅과 얄팍한 상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마케팅으로 치장된 조작이나 호도의 경향을 띠고 있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패는 회원 수에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회원 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회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 개발, 즉 내실 다지기보다는 순간적인 유혹책을 아이디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한탕주의를 노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이나 경품으로 유혹한 회원들은 뜨내기 회원일 가능성이 높고 결국 피해는 선량한 회원이나 기업에 전가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이 이 지적의 핵심이다. 기업의 생명은 단축되고 나아가 인터넷 비즈니스 전체가 역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신뢰성 문제를 야기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터넷 사업 초기에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직원들이 몇시간씩 앉아 자사 사이트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발표하는 회원 수는 그 중 10% 정도만이 유효 활동회원 수라는 것도 정설처럼 돼 있다. 일일 방문자 수도 허수가 많으며 심지어 투명성 과시를 위해 방문자 측정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는 사이트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실제 측정된 방문자수에 이른바 플러스 알파로 결과가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있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세계적 광고 공사(Audit)단체인 세계ABC연맹(IFABC)은 이러한 문제로 눈을 돌려 지난 96년 9월 웹 공사표준위원회를 설치하고 97년 5월 웹 공사 측정단위와 개념을 정의한 웹 공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미국의 양대 광고공사기구인 미국ABC와 미국BPA는 이를 바탕으로 웹 공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한국ABC협회도 올 4월부터 웹 공사를 시작, 네이버컴 등 7개 인터넷 기업이 자사 사이트의 검증을 의뢰했고 7월부터 검증 보고서가 발간되고 있다. 객관적인 사이트 검증의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토종 검색사이트인 「심마니」도 이달말 공식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은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ABC협회 역시 좀더 철저한 객관성 확보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인터넷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수 있는 비즈니스 공간이다. 문제는 신뢰와 투명성을 도외시한 채 인터넷을 고객 확보의 손쉬운 수단이나 도구로만 바라보는 인터넷 기업들의 마인드 개선 의지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편에서는 불신의 벽도 높아가고 있다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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