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iBiz 25>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판매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 시대로」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인터넷은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했던 소비자 중심의 판매방식을 등장시킴으로써 정보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그동안 대량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일단 물건을 생산한 후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 순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을 먼저 확보한 후 고객의 요구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유통의 무게중심이 판매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의 유행어 중 하나는 「소비자는 왕」이다. 고객이 없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 지난달 지프 데이비스 그룹 주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고객지원전시회 SSCE에서 정보통신(IT)업계의 CEO들은 「인터넷시대=고객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 리포트」도 『이제 대량생산과 대중마케팅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대신 고객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원투원 마케팅의 시대가 왔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는 인터넷이라는 첨단기술이 가져온 유통혁명 덕분에 가능하다. 인터넷은 중간상인을 없애고 사이버공간에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준다. 또 도매와 소매를 복잡하게 거치는 기존 유통과 비교할 때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고객의 요구를 알아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게다가 쇼핑봇과 같은 지능형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물건의 질과 가격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판매자들이 배짱을 부리던 시절은 지났다. 가상공간에 물건을 올려놓고 마냥 기다려서도 안된다. 고객의 마음을 정확히 읽지 못한다면 판매는 불가능하다. 고객의 데이터, 구매행동자료, 피드백을 철저히 분석해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

 이같은 소비자중심, 고객중심 시대로의 변화를 드러내는 증후군은 역경매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실세계의 경매는 가장 많은 돈을 베팅한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갔다. 파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의 경매는 네티즌이 사고 싶은 가격을 먼저 불러 놓으면 공급자측에서 가격을 맞춰준다. 미국의 프라이스라인사가 처음 도입한 역경매는 요즘 국내외 쇼핑몰 및 경매사이트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공동구매 방식도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구매센터에서 특정상품의 가격과 수량을 미리 정해 놓고 공동구매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소비자가 먼저 사고 싶은 희망품목을 제시하면 운영사측이 공동구매를 통해 시중가격보다 훨씬 싸게 물건을 공급해준다. 국내에도 인터넷 맞춤공동구매라는 슬로건을 내건 온라인 공동구매센터들이 들어서고 있다. 에스에스커뮤니케이션이 최근 개설한 조인트(www.joint.co.kr)도 그런 사이트 중 하나. 이곳에 가면 담당직원들이 고객의 1주일간 구매요청 리스트를 브랜드와 품목별로 분류해 놓고, 생산자나 제조업체와 가격협상을 벌인다.

 알고 보면 델컴퓨터의 성공도 이러한 고객중심주의를 한발 먼저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델은 IT업계에서 백상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가장 크고 두려운 존재로 경쟁자들을 모조리 먹어치운다는 뜻이다.

 이처럼 무서운 경쟁력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활용, 원투원 마케팅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델은 84년 설립초부터 소비자와 직거래를 트기 위해 중간판매상을 철저히 배제했고, 인터넷시대가 도래하자 그러한 다이렉트 판매방식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델컴퓨터의 웹사이트(www.dell.com/ap) 방문자는 델에서 보증하는 개인계좌서비스를 열고 필요한 사양과 가격을 주문서에 써 넣은 후 클릭한다. 그러면 고객의 주문서는 실시간으로 부품공급업체에 전달되고 수시간 내에 생산에 들어가 원하는 날짜에 맞춤PC가 배달되는 것이다.

 자동차도 이젠 주문생산으로 살 수 있게 됐다. BMW사는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동차를 신청할 수 있는 인터넷 가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가 다양한 차종과 색상, 옵션, 장식품을 선택하면 BMW는 중개상에게 이를 통보해 한 사람의 고객만을 위한 차를 제작해준다. 롤스로이스를 타는 최상류층에나 가능했던 맞춤자동차를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최대의 인형회사 마텔은 어린이들을 위한 바비인형 맞춤서비스로 눈길을 끈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 가면 머리모양, 피부색, 눈동자, 의상, 액세서리까지 총 1만4000여가지의 모델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에 이름과 생일, 취미, 특기 같은 캐릭터의 특성까지 선택하면 어린이들은 그야말로 나만의 바비인형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제는 주식투자정보를 얼마나 고객중심으로 제공하느냐가 온라인증권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SK텔레콤은 주식투자 평가손익 및 수익률을 문자로 통보해 주고 주가 관련 음성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맞춤형 증권정보 「마이스톡」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주식정보를 일방적으로 올려놓는 방식에서 탈피, 가입자가 관심주를 등록해 놓으면 주식시세가 고객이 설정한 주가를 초과하거나 상·하한가를 달성할 때 이동전화단말기에 문자로 통보해 준다.

 원하는 조건에 맞는 관광상품을 알려주는 여행서비스도 등장했다. 맞춤형 사이버 여행사 웹투어(www.webtour.co.kr)는 네티즌 스스로 경비와 여행지 등을 신청하면 그에 맞는 여행상품을 찾아준다.

 또한 포털업체들도 더 이상 네티즌이 정보의 홍수 속에 헤매지 않도록 꼭 필요한 내용만을 선별해서 전달하는 맞춤뉴스, 맞춤정보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휴대폰과 무선호출기, PDA, 비디오게임기, 세트톱박스, 스크린폰, 항공 키오스크와 공중전화, 심지어 토스터까지도 인터넷에 연결되는 정보가전 시대가 온다.

 그때가 되면 대학입학 합격소식부터 오늘의 별점 정보까지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콘텐츠업체가 iBiz의 선도업체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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