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보내고 있는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선정성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였다. 특히 SBS가 지난달 주최한 「99 한국 슈퍼엘리트모델 갈라쇼」는 국감 현장에서 거의 난도질을 당하다시피 했다. 길승흠·이상현·최재승 의원 등은 『SBS가 내보낸 「갈라쇼」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음란물과 다를 게 뭐냐』며 방송위원회측의 「솜방망이」 제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국감 현장에선 「갈라쇼」의 녹화테이프를 TV모니터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녹화테이프가 방영되는 동안에는 꾸벅꾸벅 졸던 의원들까지 모두 깨어나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실 이같은 선정성 논란이 이번 국감에서만 유독 불거져나온 사안은 아니다. 선정성 문제는 의원들이 매년 거론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의원들의 이같은 질타도 방송사 제작진들에는 「소귀에 경읽기」인 모양이다.
문제는 선정성 시비를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방송사에 근엄함이나 엄숙주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에서 내보내는 화면이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그리 심하지 않다는 변명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특정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사의 경우 선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절제의 미학」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프랑스에서 3년 동안 특파원 생활을 하고 돌아온 모 방송사의 PD는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프랑스도 요즘 들어 심야시간대에 포르노물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별로 항의하지 않는다. 일부 선정적인 장면도 가족시청 시간대에 나오지만 예술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방송사들도 나름대로 절제의 미학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은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서비스를 지향한다. 우리나라 방송사도 이제는 무엇이 보편성의 원칙에 충실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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