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교류 당위성과 전망

 남북한간 전자산업 교류는 여타산업과 달리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진일보하고 있다. LG상사를 통해 북한에서 20인치 컬러TV를 임가공 형태로 생산해 들여오고 있는 LG전자 외에도 삼성과 현대가 전자산업 관련 대북경협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중소전문업체들도 이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소전자업체들은 과거 대중국, 대동남아 생산기지 이전전략에서 추구했던 것처럼 국내에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북경협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들의 대북경협사업은 앞으로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영수) 주관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소전자업체들의 대북경협에는 극동음향·한국단자·삼화텍콤·인터엠·삼홍사·제일물산 등 여러 전자부품업체들이 임가공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극동음향은 마이크 및 마이크 케이블을 임가공, 국내에 반입중이며 한국단자는 단자류인 터미널을 북한에서 생산, 들여왔고 삼화텍콤과 인터엠은 각각 라인필터와 앰프류에 대해 임가공 생산중이다. 이들 전자부품업체의 임가공사업은 금액이나 수량면에서 그렇게 크지 않지만 향후 현지인력 양성 작업과 함께 연관제품으로 관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민간차원의 전자산업 관련 대북경협 중 가장 주목을 받아온 게 삼성그룹의 대북경협사업으로 이는 민간기업들의 전자산업 관련 남북경협의 이정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당시 삼성그룹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햇볕정책에 따라 남북경협 및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결론짓고 △전자복합단지 조성 △평양 무역사무소 설립 등 대북사업 확대 추진을 위한 장·단기 운영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삼성은 여기에서 99년부터 오는 2008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쳐 해주나 남포지역에 10억 달러를 들여 50만평 규모의 전자복합단지를 조성, 백색가전·정보통신·반도체·오디오·비디오 등을 연간 30억달러 어치씩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를 위해 1단계로 99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 유휴설비를 북한으로 이전, 부품 위주 임가공사업과 공단조성을 하고 또 인적·물적 교류를 위해 공단지역과 평양에 기간통신망, 이동통신망을 구축키로 했다. 2단계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완제품 공장을 집중 건설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단계로 시스템제품 및 첨단제품을 생산해 세계에 수출하게 된다.

 삼성은 지난 여름 서해교전 와중에서도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경협사업단이 방북하는 등 가시적 결과 도출에 바삐 움직임이고 있다.

 삼성의 이같은 계획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국내기업의 대북진출전략의 일면과 방향이다. 대북전자산업 교류 초기에는 우리기업이 공단을 직접 조성하거나 인력을 양성하는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서로가 가진 자원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초기에는 기술력이 낮은 산업, 특히 국내 산업구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향후에는 북한내 기반시설 강화 및 인력양성 흐름에 따라 하이테크분야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통일을 전제로 할 때 삼성과 현대 등 주요그룹들의 대북경협사업은 중요한 논란거리도 내포하고 있다. 삼성은 물론이고 현대 등 주요그룹사들은 현재 공식·비공식적으로 기간통신망 및 이동통신망 구축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통일 이후 북한의 기간통신시설 구축방향은 물론 현 통신사업 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 및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과 세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삼성과 현대 등 주요그룹들의 전자산업 관련 대북경협사업이 계획대로 활성화하고 북한 진출시 전력공급 불안정 등 여러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이들의 관계회사 및 협력업체들의 진출도 기대된다.

 이같이 진전된다면 과거 일본의 동남아 진출 이후 동남아지역이 일본 경제권으로 사실상 편입됐듯 남북한 경제협력은 상호분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유망업종으로 가전제품 가운데 흑백TV, 컬러TV 조립, 라디오, 선풍기, 단순조립 전기·전자부품 등을 들고 있으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유휴설비 이전을 통한 위탁가공 등 현 단계에서 사업수행이 쉬운 부문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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