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택트에서 천체물리학자 엘리는 머나먼 우주별 베가에서 날아온 메시지를 듣는다. 만일 내가 우주인과 교신하는 최초의 지구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타트렉을 만든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우주연구모임 「Planetary Society」가 네티즌들에게 그런 꿈을 꾸게 한다.
이 두 단체가 후원하고 캘리포니아 대학(UC 버클리)이 추진하는 SETI@home은 PC를 이용해 우주에서 감지된 무선 시그널을 분석하는 프로젝트. SETI란 「외계의 생명체를 찾아서(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머리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 프로젝트로 네티즌들은 과연 우리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생명체인가를 함께 탐구할 수 있게 됐다.
SETI@home은 컴퓨터가 일을 하지 않을 때 뜨는 일종의 스크린세이버다. 네티즌들은 이 화면보호기를 이용해 외계의 신호를 추적한다. 이 프로젝트는 캘리포니아 대학 우주과학연구소가 진행하는 우주관찰 프로젝트 SERENDIP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연구소의 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에 있는 거대한 접시 안테나를 이용해서 오래 전부터 외계로부터의 신호를 채집하고 분석해왔다. 산 속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망원경은 지름이 1000피트, 지구로부터 150광년 이내 거리에서 날아온 전파를 감지할 수 있다.
아레시보 망원경은 태양과 유사한 항성이 존재하는 곳을 특별히 감시하는데 외계인의 메시지라고 예상되는 신호가 포착되면 이를 확인하고 그 발신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맨체스터대학의 교수들도 250피트 크기의 로벨(Lovell) 망원경을 이용해 버클리대학의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아레시보와 로벨, 서로 다른 지점에 위치한 두 개의 망원경을 사용하면 지표상의 간섭효과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파의 발신지를 추적할 때 더욱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외계 전파 연구를 위해 설계된 4세대 장치인 SERENDIP Ⅳ가 쓰인다. 아레시보 접시 안테나에 장착된 SERENDIP Ⅳ 측정기구는 망원경이 이동할 때 같이 따라 움직인다. 고도의 문명이 내보냈을지도 모를 신호대역으로 추정되는 스펙트럼 영역인 워터홀에서 전파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워터홀은 우주 공간에 있는 물 분자에 의해서 흡수되는 빛의 파장이다. SERENDIP는 워터홀 주변 대역에서 신호를 기록하고 이 신호들을 자기 테이프에 기록해 그 자료를 버클리로 전송한다.
SERENDIP는 사실 70년대부터 시작된 매우 오래된 프로젝트다. 학자들은 왜 아직도 외계와의 조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 초조해하다가 전세계의 컴퓨터가 쉬고 있을 때 그 계산능력을 이용해 우주를 관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SETI@home에 참가한 네티즌들은 화면보호기를 이용해 SERENDIP 프로젝트에서 시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비정상적인 패턴을 맡아서 처리한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5분 정도 그 데이터를 다운로드받게 된다. 전파 자료들은 대체로 특정 범위의 파장을 가진 작은 덩어리로 분해된다. 스크린세이버는 이 덩어리들이 혹시 멀리 있는 문명으로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보내온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어떤 패턴을 찾아낸다.
컴퓨터가 흥미있는 결과를 발견하면 이를 요약해서 되돌려보내고 다시 다른 자료 덩어리를 가져오면 된다. 부지런히 자료를 분석하는 동안 컴퓨터 화면은 3차원 그래프들을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SETI@home 계획은 일반인들에게 우주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최초의 분산 컴퓨팅 계획이다. 분산 컴퓨팅이란 자료를 잘게 쪼개 많은 계산이 필요한 문제를 세계의 구석구석에 분포돼 있는 수많은 작은 컴퓨터들을 이용해 계산하는 방법.
SETI의 한 과학자는 앞으로 10년이나 15년 안에 외계의 지적생명체 존재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입수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최대의 희망은 외계인이 「의도적」으로 보낸 어떤 신호를 포착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화면상에서 이상한 신호를 발견하더라도 성급하게 언론에 연락하지 않을 것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엄밀한 검토를 거쳐야만 그 신호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이 과학자는 덧붙인다. 첨단 정보통신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의 조디 포스터처럼 에일리언의 속삭임을 들어보고 싶다면 「setiathome.ssl.berkeley.edu」에서 그 기회를 잡아보자.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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