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소프트웨어(SW) 개발툴업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계속되는 수익률 악화와 매출부진, 고객들의 변화된 욕구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사업을 정리하거나 다른 업체로 매각되는 업체들이 한둘씩 늘어나 한때 수십개에 달했던 업체수도 크게 줄어드는 운명을 맞고 있다. 이달 초에는 툴업체인 포트 소프트웨어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 5억4000만달러에 팔렸고 메트로웍스(Metrowerks)도 9500달러에 모토롤러로 넘어갔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인프라이즈나 시만텍 등도 새로운 영역개척을 통해 활로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SW 개발툴은 회계나 인사 등 기업들이 특정용도와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작도구. 개발자들에게는 이 툴을 이용해 개발과정과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그런데 이 개발툴을 둘러싼 시장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독립 툴업체들에게 시련이 닥쳐 오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좀더 싼 가격이나 아예 무료로 제공받기 원하는가 하면 개별 툴보다 패키지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선호하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툴제품의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독립업체들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의하면 인프라이즈의 경우 전통적인 개발툴의 매출은 지난 97년 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750만달러 규모로 63%나 줄어들었다.
바이러스 백신 및 PC유틸리티를 주력 공급하고 있는 시만텍도 개발툴 매출이 97년 22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70만달러로 29% 감소했다. 시만텍으로서는 올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사 올 회계연도 1·4분기(4∼6월)에는 툴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70만달러에서 380만달러로 겨우 35% 수준에 그쳤다.
관련업계는 벤처자본가들조차도 새로 생긴 툴업체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유는 『개발툴만을 만들어 파는 것이 더 이상 큰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IBM이나 오라클, 선 등 SW를 취급하는 대형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 대형업체는 전체 제품라인의 보강을 위해 툴업체나 이들의 연구개발에 수백만달러씩 지원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개발툴은 각자 기술 플랫폼에서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애플리케이션 서버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선은 서버개발에 포트의 툴제품이 유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라클도 지난해 개발자들을 자사 개발환경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3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대형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싸고 쓰기 편한 프로그래밍 툴을 공급함으로써 이들 수요를 전자상거래나 데이터베이스 등 고가의 소프트웨어로 연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에게 개발 툴은 그 자체의 사업성보다는 대용량 SW수요를 위한 덤의 개념인 셈이다.
지난 몇년간 이같은 전략에 초점을 맞춰 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개발 툴사업부에서는 커다란 이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손익분기점 수준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립 툴업체들은 수세적인 상황에서 이들 거인과 맞붙어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현재의 인터넷 열기는 이같은 구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프라이즈의 전신인 볼랜드나 시만텍 등 개발툴 전문업체들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에 개발툴의 기본적인 용도는 말 그대로 SW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도구였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등이 확산되면서 기업의 SW개발자들은 회사와 고객, 협력업체, 공급업체들과 연결할 수 있는 웹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점차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게 됐고 이런 점에서 애플리케이션 서버 SW는 웹기반 SW를 제작하는 유력한 도구로 떠올랐다.
이같은 상황에 이르자 툴 전문업체들도 급기야 인터넷으로 방향을 돌려 서둘러 사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인프라이즈가 툴 판매확대를 위해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추가하거나 시만텍이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제작SW를 내놓을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협력업체와의 제휴와 관련해서는 모델링 및 테스팅 툴의 틈새시장을 공략, IBM·MS 등과 제휴관계를 이끌어 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인 래셔널 소프트웨어가 모범으로 꼽힌다.
분석가들은 독립 툴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른 업체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거나 전체 제품구성을 애플리케이션 서버로 확대하는 방법 등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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