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위기에 빠진 아메리카 드림 모토롤러의 새 도전 (1)

 1928년 단돈 750달러로 라디오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전·반도체·통신사업을 차례로 벌여 매년 경이로운 성장을 이룩, 창업 70년만인 지난 98년 매출이 투자금액의 약 4000만배인 294억달러(한화 약 35조원)를 올린 기업,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던 모토롤러가 이제 성장과 조락의 갈림길에 섰다. 모토롤러의 과거와 미래를 4회에 걸쳐 조명, 국내업체들이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새로운 선택

 【오스틴(미국 텍사스)=박재성부장 jspark@etnews.co.kr】 지난 97년부터 지속된 아시아 금융위기는 모토롤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통신기기와 시스템을 공장과 대리점 창고에 쌓이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도 경기부진으로 인해 판매량이 급속히 줄었다. 이 회사는 마침내 지난해 13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이 회사의 주가는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까지 곤두박질쳤다. 주위에서는 드디어 모토롤러의 명운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사업부진의 원인은 명백했다. 「시장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종전까지 모토롤러는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으로 제품만 만들면 팔린다」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고 이 회사의 관계자들은 술회한다.

 셀룰러폰에서 그 단면은 드러난다. 그동안 시장을 석권했던 한국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이 대세를 형성해 갔는데도 그것을 외면했다. 반도체의 경우는 심지어 기본(범용)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공급만 하면 끝이었다.

 고객은 그것으로 가전이나 자동차, 산업전자 등 각종 시스템에 맞도록 다시 응용해야만 했다.

 이것이 지난 수년동안 영위해온 모토롤러의 방식이었다.

 모토롤러의 경쟁자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결국 안일한 생각으로 시장의 요구를 제때 수용하지 못한 점이 이 회사를 병들게 했다.

 이 회사는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한 연구를 거듭한 결과, 경영방식뿐 아니라 조직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내 지난해 6월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토퍼 갈빈 회장은 취임한 지 6개월을 기다리지 못하고 개혁의 기치를 드높였다. 종전까지 수십개에 달하는 제품별 조직을 크게 셋으로통합했다.

 통신·반도체·부품사업부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인력이 절감됐고 비용도 줄었다. 종전 제품별 사업부는 주로 나무만 보았으나 새 조직은 숲이 보였다. 사업은 절제되고 균형이 잡혔으며 미래의 시장을 주도할 제품을 찾아내는 통찰력이 다시 생겼다.

 모토롤러는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수정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본사 사업부와 고객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새 조직은 의사결정이 훨씬 빨라졌다. 이는 분명 모토롤러의 새로운 선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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