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막돼 전세계 은막 스타들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제56회 베니스 영화제」에 우리나라에서 출품한 4편의 장·단편 영화들이 의외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국 상영이 금지된 채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장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세계 유수의 감독의 작품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 「거짓말」(장선우 감독·신씨네 제작)과 한국 영화로는 이 영화제의 「단편 경쟁부문」에 처음 출품된 안영석 감독의 「냉장고」, 비경쟁 부문인 「새로운 분야」에 오른 임필성 감독의 단편 「베이비」, 전수일 감독의 장편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거짓말」은 개막작으로 상영된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고작이 된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 주연의 「아이즈 와이드 샷」과 함께 세기말 인간들 성관념의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평가돼 개막 초부터 전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현지의 외국 언론이나 평론가들은 「거짓말」이 『포르노라기보다는 예술영화에 가깝다』며 『성애 자체의 묘사보다는 남녀간의 독특한 사랑이야기로 참신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씨네 측은 이같은 관심이 수상으로 이어지기를 조심스레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 작품으로는 단편 경쟁 부문에 첫 진출한 신예 안영석 감독의 「냉장고」도 단편영화에 대해 영화제 2등상이라 할 수 있는 은사자상을 수여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특성상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으며 냉장고를 소재로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한 내용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계는 한국영화의 이같은 선전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번 영화제의 결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섞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거짓말」에 대한 영화제 주최 측과 해외언론의 관심이 현재 「3개월간 등급보류」 중인 이 영화의 다음 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시 수상이라도 하면 외압(?)에 못이겨 억지로 등급판정을 해야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하튼 「거짓말」이 강수연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씨받이」 이후 12년만에 이 영화제에 출품돼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11일 수상작 발표와 함께 폐막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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