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전자의 기업활동이 거의 중단되고 있다.
가전제품의 최대성수기인 혼수철을 앞두고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와 함께 다양한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대우전자는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출시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광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우전자가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내수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일견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렇지만 매출의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수출마저 점차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같은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지속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기업이 내수와 수출을 포기하고 있다면 이 기업은 거의 죽은 목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대우전자를 워크아웃에 포함시켜 은행관리체제에 들어가게 한 것은 바로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워크아웃에 포함된 이후 대우전자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우전자가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겼던 왈리드앨로마와의 외자유치가 채권단이 개입함에 따라 당초 예정대로 최종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 채권단의 실사가 끝나 대우전자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난 이후 왈리드앨로마와의 협상을 재개한다면 그 시한은 앞으로 얼마가 걸릴지 미지수다.
지난해 12월 빅딜파문 이래 내부가 아닌 외적 요인에 의해 휘둘려온 대우전자는 외자유치 발표 이후 모처럼 찾아온 안정이 무너지고 또다시 일손을 놓은 채 채권단과 왈리드앨로마와의 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대우전자의 명맥을 이어온 수출이 채권단의 외상수출채권 추가매입 거부로 사실상 중단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채권단이 대우전자 해외판매법인이 발행한 어음에 대해 네고를 거부함으로써 당장 원자재 확보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모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대우전자 해외판매법인이 발행한 어음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외상수출채권에 대한 지급한도를 정하고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전자가 수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지급한도 내에서 현금을 갚은 만큼만 네고를 하겠다는 채권단의 요구는 대우전자에 수출을 중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우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외자유치 협상이 연기되고 수출마저 제대로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왜 워크아웃에 포함시켰느냐고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대우전자는 회생하기보다 오히려 경영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우전자 채권단은 외자유치 협상에서부터 수출지원에 이르기까지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대우전자의 경영을 정상화시켜 제값을 받고 해외에 매각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지원과 시간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가장 성공적인 매각방법이 무조건 비싸게 받는 것보다는 적정한 시기에 적정한 가격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른 시간에 대우전자의 자산매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것이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자금회수에 급급하기보다는 외상수출채권의 네고확대와 자금지원 등 대우전자의 경영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자유치를 통해 회생의 실마리를 찾고 지속적인 내수 및 수출시장의 상품판매 확대로 대우전자가 거듭날 수 있도록 채권단의 슬기로운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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