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정보시대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화 정책은 누구로부터 고안되고 집행되어 나오는 것일까. 바로 현 미국 부통령이자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 가운데 한사람인 앨 고어다.
행정부내 최고정보책임관(CIO)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앨 고어는 90년대 이후 미국 정보화 정책결정과정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서 이제는 그를 떼 놓고서 미국 정보화 정책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미국 정보화 정책의 근간이 된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라는 신조어는 바로 그가 만들어냈다. 정보고속도로는 한마디로 최강 국가 건설을 위한 21세기 미국 정보화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고어의 구상은 21세기 정보혁명가로서 면목과 함께 차세대 정치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소신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93년 9월 앨 고어는 미국 부통령의 신분으로 정보고속도로의 세부실천사항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기반(NII) 구축을 위한 행동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발표,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 청사진의 최종 목표는 「모든 미국인이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정보기반」을 실현한다는 것.
그런데 이 계획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바로 누가 이 구축사업을 주도하느냐 하는 부문. 사업자체가 인프라의 구축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정부라고 생각하겠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이 계획은 철저하게 민간주도방식으로 짜여져 있다. 앨 고어는 적어도 정보화사업의 특성상 민간의 적극적 참여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고속도로 구축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정부가 모두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 주도=간섭」이라는 미국 사회의 인식을 모른 체 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런 배경 아래서 「국가정보기반 구축을 위한 행동 계획」은 결국 민간기업이 사업을 주도하고 정부는 뒤에서 각종 정책을 지원하는 철저한 민간주도형 경쟁원리에 입각해서 세워졌다. 정부가 내리는 각종 정책결정 역시 기본적으로는 시장경제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의 경우 기업은 환경정비를, 정부는 기업간 조정을 맡도록 한 것 등은 그 대표적 사례다.
국가정보기반의 실제 구축과정에서도 민간기업이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했고 정부의 개입은 필수불가결한 부문으로만 제한했다. 동시에 기반구축에 방해가 되는 규제나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통신개혁법안도 함께 마련했다.
이같은 민간 주도형 정보화 정책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당연히 열광적이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 포진한 업체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통신관련 업체들은 앞을 다퉈 정보 고속도로 건설에 뛰어들었다. 「앨 고어의 국가정보기반 구축을 위한 행동계획」은 발표 2개월 후인 93년 11월 미국 통신행정의 최고 핵심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냄으로써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한편 고어의 정보고속도로 구상은 지난 86년 상원의원시절 자신이 속한 상원 과학위원회 의원들과 「슈퍼컴퓨터 통신망 조사법」을 입법화시키는 과정에서부터 염두에 뒀던 집념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91년 고어는 「대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은 「고성능 컴퓨터 통신망 법안」을 상원에 제출, 공화당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내면서 정보고속도로 구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온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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