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보화 정책은 그 자체가 여러 분야의 하위 정책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종합 정책이다. 따라서 정보화 정책은 타 분야에 비해 부처간 통합 조정기능이 강조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역대 정보화 정책 추진과정에서 80년대까지는 청와대 직속의 전산망조정위원회가 전면에 나서 강력한 통합조정력을 발휘했으나 이 기능이 90년대 체신부(정통부)로 이관되면서부터는 급속하게 약화되고 있다.
사업방식도 부처별 추진체계로 바뀌어 중복투자가 난무하고 정보화에 대한 우선순위가 지켜지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의 공동 활용에 대한 제약과 한계점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과연 타 부처나 상급부서들의 정보정책을 지속적으로 조정·통괄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곳곳에서 의심을 받는 처지가 돼버렸다. 지난 3월 제2차 정부조직 개편때 정통부를 해체하고 대통령직속의 상설기구인 지식정보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정부부처간 조정·통합기능 미비점 외에 나타나고 있는 정보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들로는 ①정책내용의 양적 측면 강조 ② 보급(실적)위주의 물량공급정책 ③사회문화관점보다는 산업경제지향적 정책 ④지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중앙정부주도형 정책 ⑤보편적 서비스 정책의 부재 ⑥정책의 일관성 및 상호연계성 부재 등 대략 6가지 정도다.
우선 양적 측면이 강조된 정책이 난무함으로써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사생활보호와 지적재산권, 정보기반의 신뢰성 등 질적인 측면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보안 분야의 경우 개인·기업·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연구기술투자가 집중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투자가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1, 2차 국가기간전산망사업과 초고속정보기반 구축사업 등 그 동안 추진돼온 각종 대형사업들이 지나치게 양적 사업 위주로만 추진됐기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두번째 보급위주의 물량공급정책의 경우 최근에 논란을 빚고 있는 초저가 인터넷PC보급계획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TV수상기와 같은 규격화된 PC보급(유통)보다는 정보 실수요자용 응용서비스와 데이터베이스의 개발, 일반국민의 정보활용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정책의 제시 등이 더 급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는 정보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창조적인 지식기반국가인 만큼 정보소비자의 수요적 측면을 고려한 사람 중심의 정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세번째는 사회문화적 관점의 정책 부재는 아직까지도 정책 대부분이 산업화 시대의 경제성장이나 수출드라이브 형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바꾸어 말하면 역대 정부의 정보화 정책은 정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통문화 등 다양한 콘텐츠개발 보급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네번째 중앙정부주도형 정책의 경우는 추진과정에서 지역편차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는 정책 전반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정책 예산배정과 집행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배제됨으로써 정보 최종수혜자인 지역기업과 지역주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섯번째 보편적 서비스정책의 부재는 정보기술의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의 빈익빈부익부현상이 가속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 실제 이 문제는 계층의 사회격리현상으로까지 발전하는 추세다. 여섯번째 정책의 일관성 및 상호연계성의 부재는 정권이나 담당자의 교체 때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지적한 것이다. 행정전산망사업과 초고속정보기반구축 사업이 정권이 바뀌면서 변질된 것은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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