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46)

 한용운의 아내는 넓은 탁자 위에 음식 보따리를 풀었다. 노란 코스모스 꽃잎 무늬가 있는 보자기를 풀자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밤색의 둥근 반합이 나왔다. 뚜껑을 열자 반찬이 나왔다. 반찬은 고기 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부침이 있고, 생선 튀김요리도 보였다.

 『이것을 모두 아주머니가 손수 만들었어요?』

 나는 그녀의 노고를 칭찬해 주기 위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준비한다고 하긴 했지만.』

 『진수성찬인데요. 보기만 하여도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용운 대사 집은 항상 이렇게 해 먹습니까?』

 오준호가 입맛을 다시면서 물었다.

 『항상 이러면 그 음식값을 어떻게 당해요. 오늘은 특별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거듭해서 맛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음식 맛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불안한 표정이 전혀 없이 오히려 자신있는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반합에는 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자는 조그만 그릇을 준비해 와서 그것으로 밥과 국을 담았다. 우리는 둘러앉아 음식을 먹었다. 국이 약간 짰지만, 반찬은 대체적으로 맛이 있었다.

 『아주머니도 같이 식사하지요.』

 한용운 옆에 앉아서 몸을 기대는 여자에게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얼른 몸을 떼면서 먹었다고 하였다. 앉아서 몸을 기대는 것은 그들 부부의 평소 습관으로 짐작되었다.

 『정말 했어? 안 했으면 당신도 먹어요. 밥이 많아서 남겠는데?』

 남편이 말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이 먹고 있는 밥그릇을 밀어놓았다. 그들은 같은 밥그릇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먹고 왔다고 하면서 사양했다. 옆방에서는 서적 외판을 하던 사람들이 들어와서 떠들썩했다. 그들은 큰소리로 욕을 하기도 하고 더러는 웃었다. 마치 공사판 노동자들처럼 거칠게 말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무슨 맛있는 냄새가 나지?』

 옆방에서 누군가 말했다.

 『식당에서 나는 냄새지, 뭐. 그런데 그 냄새 죽여주는구먼.』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 좆이 선단 말이야. 그건 참 이상한 일이지.』

 『넌 새꺄 음식 냄새만 서냐. 여자 웃는 소리만 들어도 선다는 놈이.』

 그들이 상스런 말을 거침없이 했기 때문에 한용운의 아내는 듣기 거북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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