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눅스"와 상표권 분쟁

 세계 컴퓨터시장에서 공개 운용체계(OS)인 리눅스(Linux)가 점차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리눅스는 작년부터 관련업체들이 지원체제를 발표하면서 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속속 구축돼 인터넷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OS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리눅스는 웹서버와 E메일 서버 등 서버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여 점차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개인휴대형단말기(PDA)와 데스크톱PC,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활용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리눅스를 상표로 등록한 권모씨가 최근 교보문고에 「상표권 침해중지 요청서」를 보내 이로 인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권씨는 『지난 95년 특허청에 리눅스를 상표출원해 97년 5월 리눅스 상표를 정식 등록했다』며 『등록상표 리눅스의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리눅스 서적과 CD롬 등에 대해 상표권 침해행위를 중지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진출판사를 비롯한 17개 출판사와 리눅스 기반의 소프트웨어(SW) 및 하드웨어(HW) 관련업체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등 권씨와 출판업계 사이에 상표권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출판계뿐 아니라 관련 동호회들도 리눅스의 상표권 등록 사실이 알려지자 불같은 성토를 쏟아내며 공동명의로 정부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할 태세다.

 본래 리눅스는 지난 91년 핀란드의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가 만든 공개 OS다. 토발즈는 이후 프로그램의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대항해 「온라인상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는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을 주도하며 리눅스를 무료로 공개해 「네티즌 자유정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결과 리눅스 OS는 프로그램 소스코드가 공개돼 인터넷에 올려져 지난 8년간 전세계 수천명의 개발자 손을 거쳐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 뛰어난 성능과 개방, 공유라는 이념이 호응을 얻어 「거대왕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할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국내 리눅스 관련업체 및 동호회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소스까지 공개돼 있는 리눅스가 일반명사로 사용되고 있어 상표등록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만약 상표권의 권리소유를 따진다면 리눅스는 당연히 최초 개발자인 리누스 토발즈에게 귀속돼야 하며,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으나 결국 리눅스에 대한 상표권을 포기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상표권 침해」라는 법적인 문제 이전에 이제 싹이 트기 시작한 국내 리눅스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좀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눅스 사용자들은 PC통신 동호회 회원을 포함해 벌써 1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며 서버용 OS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도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리눅스 보급과 관련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컴퓨터 사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리눅스 기술개발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해 한국을 아시아의 리눅스 메카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눅스의 상표권이 특정인에 귀속돼 있으니 나머지 사람들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관련산업에 물리적·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이 문제를 끝까지 법에 의존해서만 풀려고 하면 모두가 지치고 실제 얻는 이익도 별로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해 왔다. 상표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리눅스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그 힘과 시간을 아껴 우리나라의 리눅스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리눅스 상표권 분쟁은 단지 상표권 소유자와 출판업계의 문제이거나 리눅스라는 특정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정보대국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로 봐야 한다. 이같은 대국적 시각에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권씨와 리눅스 관련업체들이 법적인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것에서 떠나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고 이것이 리눅스 관련산업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리눅스를 상표로 등록하도록 허가를 내준 특허청에도 잘못이 있다. 비록 특허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실수를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리눅스가 공개 OS로 비교적 널리 알려졌던 97년에 컴퓨터 OS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리눅스를 상표등록해 줬다는 것은 단순히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허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이 상표권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나 전문가 육성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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