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아이 오브 비홀더

 연쇄 살인범과 그녀를 추격하는 비밀요원간의 사랑 이야기. 「러브 스릴러」로 포장한 이 영화의 키워드는 지극히 상투적인 긴박감을 자아내지만 「아이 오브 비홀더」는 스릴러보다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에 더욱 가깝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가족과의 단절」이라는 개인사를 가졌다는 것과 외부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격리시키며 살아간다는 것. 스티븐 엘리엇 감독은 이러한 공통점을 매개로 두 인물간의 끈을 만들고 악몽같은 운명을 깔끔하고 세련된 영상으로 그려낸다. 주연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와 애슐리 주드의 매력은 소심하고 폐쇄적인 남자와 살인을 생존의 전략으로 삼는 여자 사이에서 다소 지루하게 계속되는 사랑의 추격전을 생동감있게 이끌어 가는 요소다.

 워싱턴에 위치한 영국 대사관의 비밀요원인 스티븐(이완 맥그리거)은 「유령」이라는 별명답게 대인관계를 기피하며 컴퓨터만으로 외부와 교신한다. 그가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대상은 딸 루시의 영혼뿐이다. 7년전 아내가 젖먹이 딸을 데리고 가출한 뒤, 그는 여러 명이 함께 찍혀있는 낡은 사진을 통해 딸이라 짐작되는 아이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븐은 국장으로부터 불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자신의 아들을 비밀리에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국장의 아들을 뒤쫓던중 함께 있는 조안나(애슐리 주드)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조안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곤 현장을 떠나는 프로급 킬러다. 딸의 영혼은 스티븐에게 『운명을 따르라』고 얘기하고, 스티븐은 자신의 직무를 포기한 채 사랑을 뒤쫓는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워싱턴에서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에서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전과를 가진 조안나의 살인은 점점 더 늘어가고 스티븐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 현장의 증거를 없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다. 결국 알래스카에서 스티븐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조안나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만 자신의 노출을 두려워한 조안나는 스티븐에게 총을 겨눈다.

 크리스마스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며 아슬아슬하게 인생을 걸어가는 여자와 렌즈를 통해 그녀를 끊임없이 추적하는 남자의 관음적인 사랑은 관능적이기보다는 차갑고 슬프다. 「아이 오브 비홀더」는 조안나의 살인과 범죄의 동기를 헤집기보다는 그녀를 뒤쫓는 스티븐의 연민과 사랑에 중심을 두면서 비극적이고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연인의 죽음 뒤에 찾아온 딸과의 화해가 다소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지만 감독의 독특한 감성과 스타일을 즐기게 만드는 영화다.

<엄용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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