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고 9월이 되면서 가전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철 결혼시즌을 앞두고 가전제품 혼수 특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 결혼시즌에 웨딩마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예비 신혼부부는 약 20만∼25만쌍. 이들이 구매할 혼수가전 수요는 적게 잡아도 6000억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가을철 「황금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태별 가전매장의 판매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편집자>
올해 가을철 가전 혼수시장은 예년에 비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IMF 상태에서 미뤄왔던 결혼이 경기가 회복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전에 결혼을 서두르는 예비부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유통업계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탄생할 신혼부부가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20만쌍으로 추산되는 96년이나 97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들이 구매할 혼수 가전제품도 97년보다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늘어나는 결혼건수에 비해 혼수가전 구매신장률이 다소 적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은 가전제품의 양극화에 따라 쓸만한 저가제품의 모델이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유통업체들이 혼수가전 수요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하반기 시장에 혼수만큼 수요를 부추길 만한 큰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8월 말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계절상품 시장이 막을 내리면 하반기 시장은 일반 대체수요와 혼수 수요만으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특수로 인기를 끌었던 난방제품의 경우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수요가 급격히 줄어 특수라고 보기에 너무 미미한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하반기 가전시장은 2조8000억원선으로 예상되는데 혼수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혼수시장 공략여부가 하반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전업계의 경우 이미 8월 말부터 대대적인 혼수판촉에 들어갔다. 대규모 경품을 내세운 가전사들의 공세는 양판점·할인점·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확산돼 9월 중순부터는 전례없이 치열한 수요확보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혼수 수요는 한두 품목만을 구매하는 대체수요와 달리 적게는 3∼4가지, 많게는 10가지 정도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비부부당 평균 혼수구매 금액은 약 300만원선. 비록 IMF 이전보다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판매효율성이나 수익성 면에서 유통업체들에는 가장 확실한 매출기반이 된다.
혼수가전 수요변화의 특징은 대형화였다. 25인치 이상 TV와 500L급 이상 냉장고, 10㎏ 이상급 세탁기 등으로 이어지는 수요는 전체 가전시장의 대형화를 선도해 왔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이같은 수요 대형화 추세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혼 살림집 크기가 대부분 아파트 기준 33평 규모 이하로 한계가 있어 더이상의 대형 수요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5인치 이상 TV와 500L급 냉장고, 10∼13㎏급 세탁기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VCR도 4∼6헤드 제품, 전자레인지도 27∼28L급 정도에서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 가을 가전혼수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어느 정도 가격대의 제품이 수요의 중심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같은 29인치 TV라도 150만원대 제품에서 50만원대 제품까지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또 냉장고나 세탁기도 같은 크기의 제품이라도 보급형과 고급형은 대부분 20∼30% 이상 가격차이가 난다. 따라서 수요의 고급화가 가전유통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한데, 창고형 할인점과 양판점의 확산으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가전 및 유통업계에서는 9월부터 시작되는 혼수시장이 예년보다 치열한 업태간 경쟁판도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가전사 전속대리점을 중심으로 이뤄져오던 가전판매 채널이 다변화된 것과 관계가 있다. IMF를 거치면서 창고형 할인점 출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또 이에 대응한 양판점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E마트·마크로·까르푸·마그넷 등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창고형 할인점의 숫자가 지난해 말 30개에서 8월 말 현재 43개로 급속히 늘었고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양판점도 지난해 말 140여개에서 8월 말 현재 200여개로 60여점 늘어났다.
양판점의 경우 기존 대리점과의 가격차이가 5% 이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의 경우 제품구색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반면 기존 유통점의 동급 제품에 비해 10% 내외의 판매가격차를 보일 만큼 가격적인 영향력이 크다.
일선 가전유통점이나 양판점에 다행인 것은 이들 창고형 할인점이 추석에 대비한 판촉을 준비하고 있어 아직 본격적으로 혼수 수요를 겨냥한 판촉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회원을 상대로 한 전단 등에 로스리더 상품으로 가전제품을 꾸준히 올리고 있고 이미 이들 할인점의 가전제품 가격이 일반 소비자에게 상당부분 노출되어 있어 올해 혼수가전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케이블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체들도 하반기 혼수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매장운영비 등 일반 관리비용이 적게 들어 일반 유통점에 비해 다소 싸게 판매하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이 일부러 매장에 나가지 않고도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 또 최근 들어 이들 통신판매업체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있어 가전제품 판매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통신판매업체는 이달 들어 토털 웨딩서비스를 내세우면서 가전제품 취급도 늘리고 있어 혼수구매의 한 채널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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