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품업체 체질 개선 급하다

 전자부품업체들의 지난 상반기 매출실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41개 상장 부품업체 가운데 28개사의 매출이 대부분 10% 이내의 선에서 소폭 늘었고 13개사는 오히려 줄었다고 하는데 반도체를 비롯한 브라운관·유리벌브·인쇄회로기판(PCB) 업체들은 그런대로 소폭 증가한 반면 수정디바이스·페라이트 코어·전자레인지용 고압트랜스 등 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매출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PCB업체의 경우 대형업체보다 중견업체들의 매출액 성장률이 두드러졌고 소형모터와 전장품 업체의 경우 생산품목을 다양화한 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품업체의 매출증가는 정보통신이나 자동차 등 세트제품의 경기회복과 함께 수출이 다시 늘고 내수도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부품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상반기 매출동향을 분석해 보면 반드시 소망스럽고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매출증가 업체가 매출감소 업체보다 많았다고 하지만 매출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지난해와 비교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출부진이나 다름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년여간 극심한 불황으로 적지 않은 업체들이 도산한 데 따른 반사적 이익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반기 매출실적을 부품업체들의 체질이나 인프라스트럭처가 강화된 결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반도체의 경우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전 LG반도체)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로 매출이 그리 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국내 부품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PCB의 경우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다. 중견 PCB업체들의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대표적인 PCB업체들의 매출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는 PCB업체들의 매출이 환율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원화 평가절하로 인해 수출에서 큰 덕을 봤던 PCB업체들이 올해 이 점이 사라지자 매출증가율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부분의 다른 부품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결국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환율변동에 의해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주목된다.

 개인용 컴퓨터(PC) 수출이 크게 늘고 통신기기 분야도 호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디지털TV가 유망할 것으로 보여 부품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지만 고급부품 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고 대만도 품질 및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환율에 의해 흔들리는 우리 체질로는 만에 하나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우리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게 된다. 더욱이 최근엔 석유류 값마저 급등, 수출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잠재적인 위험이 가시화될 경우에 대비해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하겠다. 우리는 지난 2년여간 IMF로 인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가 극히 위축된 상태다. 기껏해야 올해들어 반도체를 비롯한 브라운관·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PCB 등 분야에서 대기업을 필두로 투자가 단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동안 투자중단으로 인한 공백을 서둘러 메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트업체들의 부품가격 인하와 국내외 업체들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이 앞으로 계속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 최근 일부 업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부품 공급처 다변화, 불량률 제로화 및 사무개선 등을 통한 원가절감책은 분명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과거 IMF를 맞아 부품업체들이 체질개선에 나선 것은 사실이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해 보면 그 실효성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부품업체들의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체질개선은 갈수록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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