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극영화들이 한 자리에서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사장 정홍택)은 한국영화사 연구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최고의 극영화 공개 상영회」를 오는 19일 열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러시아 국립영상자료원인 고스필 모폰드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1937년작 「심청전」과 「어화」 「제목미상혈과한 추정」 「제목미상납세에 관한 홍보영화」 등 모두 4편이다.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심청전」은 완권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필름인 「자유만세」(1946·감독 최인규)보다 9년이 앞선 것으로 초창기 한국영화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영상자료원이 러시아 현지에서 원본을 복사해 들여왔다.
영화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심청전」은 세신양행이 제작하고 안석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이번에 공개되는 컷은 12분 가량으로 알려졌다. 뺑덕어멈이 심청을 유혹하는 장면, 심청이 배타기 전날 밤 눈먼 아버지를 두고 떠나야 하는 처지를 괴로워 하는 모습, 아버지 심 봉사와 동네사람들과 이별하며 떠나는 장면 등이 공개된다.
39년 극광영화사가 제작한 「어화」는 안철영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경성에서 건달노릇을 하던 남자 주인공이 고향인 어촌마을에 들러 순박한 고향처녀를 유혹, 경성으로 데려간다는 게 줄거리. 창경원, 경성의 야경 등 당시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총 상영시간은 12분.
「혈과한」으로 추정되는 제목미상의 작품은 45년작. 신경균씨가 감독을 맡았으며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한반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했다.
제목·제작사·제작연도 등이 모두 알려지지 않은 「납세에 관한 홍보영화」는 내용이 재미있다.
나룻배로 강을 건너 다니는 어느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세금을 내면 다리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에 열심히 세금을 내려 한다. 하지만 마을 최고부자는 사사건건 마을사람들의 일을 반대하며 세금을 안낸다. 최고부자의 아들은 그러나 아버지를 대신해 마을사람들에게 사죄하고 마을일에 열중한다. 이 작품은 한글음성과 동시에 일본어 자막이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끌지만 제목과 제작연도 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흠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되는 4개 작품 모두 관리소홀로 인해 대부분의 필름이 유실되는 등 총 상영시간도 10분내외에 불과,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영상자료원측은 그러나 비록 필름이 거칠고 내용도 조악하지만 태동기 영화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국내영화사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개 상영회는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되며 「초창기 영상자료 발굴의 의의와 가치」란 주제로 상명대 영화예술학과 조희문 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문의 (02)521-3147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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