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 복합기기 형식승인 "사각지대"

 최근 전자·전기·통신·기계 등 기초기술을 결합한 복합기기의 개발이 활발한 가운데 이들 복합전자·정보통신기기가 형식승인 관련 제도적 장치의 맹점으로 형식승인을 받을 수 없어 관련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9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전자를 중심으로 전기·통신·기계기술을 접목한 복합기기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복합기기 개발업체들이 품질보증과 대외 공신력 확보를 위해 각종 형식승인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제도적 보완장치 미흡으로 형식승인을 받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해당 품목 특성에 따라 전자제품 등 전기용품은 산업자원부, 통신기기는 정보통신부, 자동차는 건설교통부, 의료기기는 보건복지부 등으로 관련 형식승인의 주무부처와 관련법·제도·절차가 달라 특성구분이 모호한 복합기기의 경우 해당 부처나 관련제도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형식승인이나 품질인증 대상기기 선정을 사용전압·주파수 등 특성으로 분류, 기술복합 응용기기나 신기술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승인을 받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각종 형식승인 제도는 형식승인 대상기기(품목)를 일일이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 대상기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승인을 받을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실제로 최근 220V 매입형 접지콘센트와 전화·데이터 통신용 잭 등 통신인출구를 일체화한 「통합형 다기능 멀티미디어 콘센트」를 개발한 H사는 납품처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시험성적서(품질보증서)를 요구, 정부의 형식승인을 추진했다. 하지만 관계부처인 정통부와 산자부(기술표준원)는 관련 제도상의 대상기기가 아니고 성능시험을 맡을 지정시험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형식승인증을 내지 못해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L사장은 『이 제품이 구내 선로설비 및 배관공사비의 20%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고 품질도 외산에 손색이 없는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관련 제도적 장치가 없어 형식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관련부처나 산하 시험기관들에 해결할 방법을 묻자 오히려 외국의 사례를 되물을 정도로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달로 복합기기의 출현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라 여러 부처로 분산 운영되고 있는 각종 형식승인 제도간의 사각지대는 불가피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각종 복합기기류에 대한 품질보증을 제도권 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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