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방송통신대 정인성 교수

 『미 필라델피아에 있는 텐 스테이트대에 1년간 교환교수로 초청받았습니다. 출국 날짜가 다음주로 잡혀있는데다 남편과 두 딸도 같이 가기 때문에 요즈음 이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답니다.』

 정인성 방송대 교수(40)에 대한 첫 인상은 10여년 만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가 교수에 대해서 보통 갖고 있는 권위 같은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가상교육으로 화제가 바뀌자 그의 표정도 금새 진지해졌다. 그는 정색을 하고 『가상교육은 수업이 교실 대신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전통적인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텍스트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의 가상대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지적은 그가 컴퓨터를 이용한 원격교육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이론가라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서울대 사대(석사)를 졸업한 정 교수는 미 인디애나대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88년 귀국한 후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뉴미디어를 이용한 원격교육」 연구에 매달렸다.

 더욱이 그의 연구는 지난 91년부터 그가 몸담고 있는 방송대의 풍부한 현장사례를 바탕으로 연구 주제를 선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실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원격교육과 관련된 연구논문만도 100여 편에 달한다. 그는 『최근 가상연수원이나 가상대학 관계자들로부터 내가 쓴 저서나 논문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인사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한다.

 사이버 영어학원에 이어 기업체 연수원과 대학 등 사이버 교육기관이 인터넷 가상공간에 잇따라 설립되면서 그의 연구가 비로소 햇볕을 보게 된 것이다.

 그가 그동안 방송대에서 매달렸던 연구과제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방송대가 추구하고 있는 평생교육에 대한 개념을 정립, 실천에 옮기는 문제에서부터 방송용 교재 개발과 인터넷에 기반을 둔 가상수업의 바람직한 모델 개발 등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이들 중에서 특히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과제는 방송교재 개발. 『교재에 크게 의존하는 학생들이 주로 보는 만큼 설명을 쉽게 해야 하는 것 외에도 학습한 내용을 학생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다양하게 수록해야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국내에는 전무했다』는 것을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털어놓는다. 사실 원격교육, 그것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에 대한 연구는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관심을 끌 만한 연구주제가 못됐다. 해외에서도 영국의 개방대 정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이제 원격교육에 관한 한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가 됐다. 이번에 그를 교환교수로 초빙한 텐 스테이트대도 「지구촌 캠퍼스」로 명명된 가상대학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설명이다. 그가 요즈음 불혹의 나이를 잊고 수학여행을 떠나는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이유가 그 설명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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