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웹마스터를 맡고 있는 이씨(34)는 요즘 승진시험에 대비해 학원에 가는 대신 틈나는 대로 인터넷의 영어강좌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학원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맞춰 강좌를 들을 수 있어 학습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므로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강사도 수업시간보다 훨씬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을 보내온다.
이씨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수시로 시간을 쪼개서 공부할 수 있어 식구나 친구들과의 약속을 모두 팽개치는 「몰인정」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학습시간을 이씨의 일정에 맞춰 조절할 수 있어 가족들간의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부담이 적다.
승진시험을 치르고 나면 이씨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지만 심도있게 학습할 기회가 없었던 자바를 인터넷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수강료가 저렴한 데다 이씨가 필요한 대목만 골라 들을 수 있어 직접 강의를 듣는 사람들보다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씨의 말이다.
요즘 이씨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다양한 학습의 기회를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는 물론 인터넷과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관련 강의, 역사와 법률, 심리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
강의 수준도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한 강좌에서부터 박사과정의 전문가 강좌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이미 인터넷 강좌가 일반화된 상태. 스탠퍼드대가 지난 가을 전기공학 석사과정에 오디오와 비디오를 이용한 인터넷 수업을 개설했으며 하버드대도 인터넷에 디지털기술로 녹화된 컴퓨터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워튼스쿨은 칼리버 학습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양방향 위성방송을 이용해 최고경영자 수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 대학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 피닉스대. 건물 두 동밖에 없는 조그마한 대학이지만 21개국 4000여명의 학생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수업을 받고 있다. 아예 인터넷상에만 존재하는 대학도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존스인터내셔널대는 학교 건물도 캠퍼스도 없는 인터넷 대학이다.
이외에 「유넥스트(http://www.unext.com)」 「블랙보드(http://www.blackboard.com)」 등 유명 인터넷 교육사이트들도 미국내 유명 대학과 손을 잡고 사이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사이버 교육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70여개의 대학이 수강신청은 물론 강의, 평가 등 거의 모든 학사일정을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가상대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인터넷을 통한 강의 대상을 대학생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보통신부는 전국 정보통신 전문 10개 대학을 참여시킨 정보통신 사이버대학을 설립, 올해말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업들도 사이버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대는 올해 금융과 유통을 비롯한 서비스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회계 등 2, 3개 사이버 과목을 시범 개설한 뒤 내년부터 강좌수를 7, 8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95년부터 사이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삼성은 지난해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유니버시티」에 115개 과정을 개설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올해말 6만명, 내년 말까지는 15만명의 직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LG도 지난해 7월 사이버교육시스템을 개설하고 1000명을 교육시켰으며 올해 교육대상을 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 SK그룹이 「SK런플러스」란 가상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으며 금호, 한화그룹 등도 사이버 교육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교육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똑같은 지식을 전달받는 집합식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이버 교육은 수강생들의 수준이나 관심에 맞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는 성균관대 황대준 교수는 『일방적인 강의보다 강좌를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보다 쉽게 알 수 있다』며 『강의에 몰입하는 정도도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사이버 교육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동영상과 음성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이버 교육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조사기관이 최근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10명중 4명이 「학교에 가지 않고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교육받는 세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 10대의 경우 2명중 1명꼴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교육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기만하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교육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이버 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제도 정비는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재개발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저작도구의 개발, 수강생들의 활발한 참여 등 짚고 넘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이버 교육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철학에 맞게 다양한 연령과 기호를 만족시키는 강좌들이 많이 개설돼 「현실교육」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윤옥 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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