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 카메라」 하면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물가를 찾을 여성에게 1∼2년 전부터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제품이다.
알몸을 훤히 꿰뚫어본다고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여졌으며 투시 카메라라는 제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광학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 캠코더를 개조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투시 카메라의 원리는 간단하다. 캠코더를 변형시킨 것인데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을 잡기 위해 가시광선(300∼780㎚) 밖의 근적외선 파장(780∼1000㎚)을 적외선 필터를 통해 제거하도록 돼있다. 이런 적외선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노이즈가 들어가 상이 흐리게 잡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캠코더의 고체촬상소자(CCD) 앞에 있는 적외선 차단필터를 제거하면 적외선이 물체에 반사돼 상을 맺어주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남창희 교수는 『사람의 시신경은 가시광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며 『그러나 가시광선은 세상의 사물을 볼 수 있는 매개체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매개체에는 가시광선 외에 적외선·X선·전파 등 매우 다양한 전자기파와 초음파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박쥐는 퇴화한 눈 대신 귀로 초음파를 듣지만 이는 실제 보는 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또 꿀벌은 자외선을 느끼기 때문에 해가 구름에 덮였을 때도 해의 위치를 쉽게 알아낸다.
옷 속이 아니라 피부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X레이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원리를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X레이는 옷은 물론 피부·근육까지도 가볍게 투과하는 반면 뼈는 제대로 뚫지 못한다.
X레이가 개발된 지 100년도 넘었으니 수영복 정도를 뚫어보는 카메라가 등장한 것은 기술적으로 한참 뒤늦은 셈이다.
한편 카메라는 16세기께 바늘구멍(Pinhole)을 통해 풍경을 보여주는 어둠상자인 「카메라 옵스큐라」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필름을 사용한 은염 카메라는 1841년 영국의 탈보트가 「칼로타입」을 만든 것이 처음이다. 대중화에 성공한 것은 1888년 코닥 카메라 1호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1990년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필름이 필요없는 디지털카메라(정식명칭은 디지털 전자스틸카메라)를 탄생시켰다.
필름역할을 하는 「전하결합소자(CCD)」가 렌즈에서 모은 빛을 아날로그 전기신호로 바꾸고 다시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후 메모리카드에 저장한다.
사진편집·전송 등 활용범위가 넓어 멀티미디어 시대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향후 카메라 발전의 핵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카메라가 앞으로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 대구 계명대 배홍관 교수 등 전문가들은 2002년쯤 상용화될 고선명(HD) 디지털카메라는 해상도를 800만화소(현재 30만∼200만화소)까지 끌어올려 일반 카메라 수준의 화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미경 원리를 이용해 금속의 조직구조, 병원균의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 카메라도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대형 데이터 압축과 복원이 쉬운 소프트웨어 개발이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이에 비해 현장감을 전하는 카메라로는 입체(3D) 카메라가 급부상하고 있다. 2∼4개의 렌즈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작동시켜 피사체를 촬영한 뒤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3차원 모니터를 활용, 평면 위에 입체영상을 살려낸다. 선진국에서 산업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실적은 미미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페이스텔레코프」는 위성이나 스페이스 셔틀에 장착돼 천체사진과 지구의 모습을 촬영,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몰래 카메라로 쓰이고 있는 「극소형 카메라」의 최대 관건은 렌즈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카메라 렌즈의 크기는 지름 1㎜가 최소다. 이 렌즈를 반지나 볼펜 등 데이터처리 집적회로를 내장한 물건에 부착해 사용한다. 2∼3년 안에 지름 1㎜ 이하의 렌즈가 등장할 전망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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