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 예치금제" 무엇이 문제인가

 폐가전 회수 및 처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전업계는 지난 96년부터 공동합의하에 약 500억원을 들여 폐가전 리사이클링센터(R/C)의 건립을 자체 추진하는 등 환경친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환경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추진에 관한 법률」의 예치금제도 개선안에 폐가전 재활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자 시름이 깊어 지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가전업계가 92∼97년 납부한 예치금 378억원에 대한 반환율이 17억원으로 4.6%에 불과해 미반환예치금 361억원이 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가전제품의 내구연수가 8∼10년인데도 불구하고 예치금 납부기준이 전년도 제품출고량으로 하고 있어 회수·처리물량을 환경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제품 사용과 폐기, 회수가 거의 즉시적으로 일어나는 일반 폐기물과 달리 가전제품은 10여년전의 제품 출고량과 무게로 최근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형편이다.

 가전업계는 구체적으로 환경부가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개선안으로 내놓은 「예치금 졸업제도」와 「예치금 감면제도」가 폐가전과는 무관한 데다 「예치금 이자율 할인제도」의 시행을 연말 이후로 연기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예치금 졸업제도는 전년도 폐기물 회수·처리비율이 90% 이상인 경우 차기년 예치금을 면제해주는 제도. 그러나 폐가전의 경우에는 10년 전의 제품 출고량 전부를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전년도 제품출고량의 20%에 불과해 아무리 노력해도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97년 가전업계가 회수할 수 있는 폐가전은 대부분 지난 87년에 출고된 것들로 그 양이 14만4061톤으로 97년 제품 출고량인 34만8557톤의 41%에 불과하고 그나마 지방자치단체가 연간 폐가전량의 50%를 자체 회수하고 있기 때문에 가전업계의 실질적인 폐가전 회수비율은 20%를 밑돌게 된다는 설명이다.

 예치금 감면제도는 사업자단체가 회수·처리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일정부분에 대해 예치금을 감면하는 것인데 가전업계의 경우에는 특정 사업자단체를 통한 회수·처리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역시 혜택을 볼 수 없다.

 이와 함께 예치금 이자율 할인제도가 연기된 점도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제도는 약 10년에 이르는 가전제품의 내구연수를 감안해 예치금 납부시 법정이자율 만큼을 할인해주는 것으로 가전업계에 예치금 납부 총액의 39%에 달하는 감면 혜택이 돌아가 실질적으로 연간 60억원의 예치금이 할인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제도의 시행을 연말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예치금 요율을 현실화하기 위해 1㎏당 38원인 현행 요율을 오는 2003년까지 1㎏당 28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어서 가전업계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연간 150억∼160억원에 이르는 예치금, 연간 45억원에 이르는 폐가전 회수처리비용, 최소 200억원에 이르는 폐가전 재활용센터 건립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가전 3사가 자체 건립중인 폐가전 재활용센터도 삼성전자 외에는 가동이 요원한 상태여서 철·플라스틱·알루미늄과 같은 수만톤의 자원들이 대책없이 버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가전의 회수·처리에 대한 책임이 제품을 출고한 회사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리사이클링센터 자체 건립추진과 같은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중, 삼중의 부담만 가중된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 아니냐』며 보다 현실적인 예치금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