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아웃소싱 "무기력 장세"

 작고 효율적인 정부(공공부문), 경영자원의 집중 및 핵심역량 강화(민간부문) 등을 취지로 올해부터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정보기술(IT)분야 아웃소싱 시장이 예상외로 지지부진하다.

 경영자원 집중, 효율적 IT 관리, 비용절감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아웃소싱에 대한 대가기준이나 법제화가 미비한데다 경기의 급속한 회복에 편승, 조직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의 경우 예산수립 및 집행 특성상 단기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수주업체 입장에서는 5∼10년의 장기계약이 아니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아웃소싱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은 무성했던 소문과는 달리 정작 계약이 성사된 곳은 법원의 등기업무 전산화사업, 대한항공, 에스콰이어 등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 98년 기획예산위원회 주체로 「공공기관 아웃소싱 활성화 방안」을 수립,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지만 현재 IT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연속사업 성격이 큰 대법원의 등기업무 전산화사업 등뿐이고 연초 전산업무 아웃소싱을 검토했던 철도청은 이를 2001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만 수립한 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금융권 아웃소싱 시장도 산업은행이 삼성SDS와 신정보시스템 및 현행 정보시스템 업무에 대한 아웃소싱 운영사업자로 계약을 체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지난해만 해도 국민은행·한빛은행 등 대형은행 등이 IT분야에 아웃소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올초 이를 전면 유보, 이 여파가 타 은행으로 확산되면서 금융권 전체의 아웃소싱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들은 현재 IT부문 아웃소싱보다 은행 통폐합에 따른 시스템 통합작업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권 아웃소싱은 일러야 2000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간 제조업분야 역시 몇 건의 계약을 제외하고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대한항공이 한국IBM과 전산분야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 활성화될 것으로 보였던 민간부문 아웃소싱은 LGEDS시스템이 에스콰이어와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아웃소싱을 추진했던 SK텔레콤도 한국HP와 장비공급에 대한 계약은 체결하고 아웃소싱부문에 대해서는 SKC&C와 물밑 협상중이다.

 LGEDS시스템의 오해진 부사장은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고 이에 따라 내부반발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아웃소싱 도입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며 『SI업체 등 서비스 제공업체의 입장에서도 아웃소싱 사업이 초기단계여서 도입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실제 국내 사례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SI업계에서는 그러나 한국전산원의 주도로 올해말 완료될 아웃소싱 지침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수립중인 아웃소싱 대가산정기준이 나오는 연말부터 아웃소싱 도입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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