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벤처기업의 최대 텃밭은 단연 정보기술분야가 꼽힌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벤처기업들의 90% 정도가 이 분야를 기반으로 한 것이 그 증거다. 마이크로소프트·인텔·선마이크로시스템스·휴렛패커드(HP)·오라클·넷스케이프·야후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모두 정보기술분야에서 배출됐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모두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생활패턴 변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하면 거대한 덩치의 IBM 메인프레임을 떠올렸던 81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공동으로 PC를 만들었다. 물론 PC를 개발하자는 프로젝트는 IBM이 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스크운용체계(DOS)와 인텔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없었다면 전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HP와 선 역시 IBM 메인프레임의 개념을 깨는 중형컴퓨터와 서버시장을 개척했다. 오라클은 데이터관리의 개념을 관리시스템(DBMS)으로 체계화해 정보저장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인터넷 대중화에 기폭제 역할을 한 넷스케이프를 비롯해 최근의 야후까지 정보기술 분야의 벤처기업들은 하나같이 생활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과 개념의 선구자들이었던 것이다.
세계적 명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국내 정보기술분야에서는 삼보컴퓨터·메디슨·한글과컴퓨터·비트컴퓨터·옥소리 등이 대표적인 벤처기업 출신으로 꼽힌다.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삼보컴퓨터의 경우 대기업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하던 82년 국산 1호 PC 「SE 8001」을 발표해 PC시대를 열었으며 동시에 수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 자신은 현재 굴지의 재벌계열사들과 함께 국내 4대 메이커의 하나로서 위치를 지키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하드웨어에 종속돼 있던 소프트웨어패키지를 독자상품으로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진정한 의미의 국내 벤처기업 1호라 할 수 있다. 80년대 말 국내에는 유명 PC회사에서 공급하는 10여종의 한글워드프로세서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모두 자사 기종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 호환이 불가능한 제품들이었다.
처음부터 PC에 끼워주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었으므로 타사 제품과의 호환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PC사용자들은 이 때문에 엄청난 불편을 겪었는데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씨 등이 이점에 착안해 모든 PC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바로 「아래아한글」이다.
91년 「아래아한글」을 기반으로 창업한 한글과컴퓨터는 하드웨어독립적인 소프트웨어기업의 원조가 됐으며 또한 90년대 이후 우리 문화유산의 정보화라는 독특한 가치개념을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비트컴퓨터는 83년 처음으로 PC용 의료패키지를 개발해 이 분야의 정보화·산업화의 기수가 됐고 옥소리는 사운드카드 자체는 외제와 비슷했지만 젊은 사용자층이 좋아하는 가요반주를 자유자재로 재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첨가함으로써 국내에 멀티미디어 시대를 연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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