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간판" 내렸다

 삼성전자·현대전자와 함께 한국 반도체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반도체 코리아의 신화를 견인했던 LG반도체가 26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 이름을 묻었다.

 26일 LG반도체의 마지막 주주총회가 열린 영동사옥 20층 대회의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번 주총의 안건은 이사·감사 선임과 회사명 변경.

 우선 이사 선임건. 8명의 등재 이사 가운데 2명의 사외이사를 제외한 6명 중 선병돈 부사장을 제외한 5명의 이사가 현대전자 임원들로 교체됐다.

 이어 계속된 상호 변경건. LG반도체라는 회사명을 현대반도체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의제를 의장이 읽어내리자 주총에 참석했던 LG반도체 임직원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일부 임직원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외환위기로 시작된 IMF 파고 속에서 정치적인 색채가 다분한 빅딜 정책의 대상으로 떠오른 이후 겪었던 갖가지 우여곡절이 주마등처럼 이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10년이라는 풍상을 겪어온 세계 5위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퇴장하는 순간은 이렇게 짧고도 허무하게 지나갔다.

 LG반도체의 시작은 지난 89년 금성사(현 LG전자)의 반도체사업부문과 금성반도체를 통합해 출범한 금성일렉트론.

 256KD램과 1MD램을 개발하면서 D램사업에 뛰어든 이후 시작된 LG의 반도체사업은 회사이름을 LG반도체로 변경한 95년 78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반도체 코리아 열풍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후 96·97·98년 3년동안 계속된 반도체 불황의 그늘이 빅딜 파고를 잉태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반대로 99년부터 다가올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에 부풀고 있었다.

 임시 주주총회에 이어 열린 이사회는 현대전자와 1대 0.697의 비율로 합병한다는 내용과 이 안건을 처리할 합병 주총을 다음달 7일 개최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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