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선인상가를 찾으면 우리나라 컴퓨터 업계의 동향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반도체 회사만도 1300여개에 달한다. 그런 만큼 입주업체들의 부침도 극심해 지금까지 이 상가를 거쳐나간 회사만도 족히 5000개를 상회한다.
오롬유통(대표 정성호·37)은 이 상가가 첫 분양을 시작한 90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터줏대감으로 선인은 물론 용산 전자상가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이 회사는 또 지난 89년 설립 이후 HDD 등 저장장치와 케이블, 컨트롤러 등 주변기기를 공급하는 전문 유통업체로도 유명하다.
정성호 사장은 지난 95년 SCSI(Small Computer System Interface)방식의 HDD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을 비롯해 SCSI 케이블 및 컨트롤러 등 항상 최신 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산 컴퓨터의 경쟁력 제고에 한 몫했다는 점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가 털어놓는 생존의 무기는 기술지원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기업체의 컴퓨터 시스템 설치 및 유지·보수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어느덧 많은 단골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롬유통은 또 하루평균 1만여명이 다니는 선인상가 2층 길목에 매장을 확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판매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다. 이 회사는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평균 10% 정도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롬은 이와 함께 올해말까지 인터넷 쇼핑몰 개설을 목표로 현재 대대적인 홈페이지 정비작업을 벌이는 등 신규사업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그 어느 곳에서도, 지난해 우리 경제를 강타한 IMF 때문에 드리워졌던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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