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폐막된 세계 반도체장비 및 재료협회(SEMI) 주최 「세미콘 웨스트 99」 전시회는 급변하는 반도체 핵심장비와 재료산업의 최신 기술동향을 확인하는 의미깊은 자리였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최근 2년간 극심한 불황 위기를 경험한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이 서서히 회복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개최돼 차세대 장비기술에 대한 업계의 개발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현재의 시장 회복 상황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전공정 전시회에는 구리칩 및 300㎜ 웨이퍼 기술과 0.18미크론 이하 초미세 반도체 가공라인 등 향후 다가올 초미세, 고집적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장비들이 대거 선보여 주목받았다.
14일 새너제이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 후공정장비 전시회 또한 1500여 부스에 600여개 업체가 참가, 향후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볼그리드어레이(BGA) 패키지 관련제품과 복합칩 검사장비 및 인라인(InLine) 조립장비들을 대거 출품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전시기간 내내 열린 각종 기술세미나는 역대 전시회 가운데 가장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는 평가다. 표준화 문제로부터 출발해 장비, 재료의 성능평가 등 300㎜ 웨이퍼 관련 각종 현안과 차세대 패키지 기술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기술세미나는 80개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과 120여건의 SEMI 표준화 미팅이 연일 개최돼 차세대 장비 제조기술에 대한 세계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또한 행사 주최자인 SEMI와 어플라이드, KLA덴코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마련한 고객만찬 및 환영회 자리에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가해 최근 일고 있는 세계 장비 및 재료 시장의 회복 움직임을 실감케 했다.
실제로 스탠리 마이어 SEMI 사장은 행사 첫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이 지난해 218억달러보다 9% 가량 증가한 23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러한 시장 회복세는 오는 2001년까지 이어져 2000년 281억달러, 2001년에는 343억달러에 이르는 등 최고 2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SEMI는 향후 반도체장비 시장을 이끌 주요 기술 이슈들을 선정,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발표했다.
SEMI가 발표한 반도체장비 분야 최대 이슈는 300㎜ 웨이퍼 기술 도입이며 반도체장비 생산성 향상과 구리나 저유전물질 등 새로운 반도체 재료 기술의 등장도 주요 이슈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칩사이즈패키지(CSP) 기술과 반도체 공정 자동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미세화에 대응한 리소그래피 기술의 빠른 발전도 차세대 반도체장비 시장을 이끌 주요 기술로 꼽혔다.
이를 입증하듯 세계 주요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도입될 구리칩 및 300㎜ 웨이퍼 기술과 0.18미크론 이하 초미세 반도체 가공라인 구축에 대응한 첨단장비들을 이번 전시회에 대거 출품했다.
특히 세계 주요 장비업체가 내놓은 각종 구리칩 제조 관련 장비들은 이번 전시기간에 참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세미툴·노벨러스 등 이 분야 선발업체들이 양산용 구리칩 장비들을 일제히 출시한 가운데 KLA덴코·SEZ·지너스 등의 업체들도 최신 개발한 구리 제거용 웨이퍼 클리닝시스템 및 구리 도포용 화학증착(CVD)장비 등을 선보여 구리칩 기술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줬다.
반도체 공정의 최고 핵심기술인 스테퍼 분야 또한 이번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ASML·니콘·캐논 등 세계 3대 스테퍼업체 모두가 이번 세미콘 전시회를 통해 0.15미크론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회로공정에 대응한 불화크립톤(KrF) 및 불화아르곤(ArF) 스테퍼 개발 및 출시 계획을 일제히 밝힘으로써 리소그래피 장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반도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자동화시스템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300㎜ 웨이퍼 공정과 국부클린룸(SMIF)시스템 등의 본격적인 도입에 대응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및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관련 제품들이 대거 출품돼 공정자동화 기술이 향후 반도체장비 분야의 최고 핵심영역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최근 인수한 컨실리엄사를 통해 300㎜ 반도체 라인용 자동화시스템인 「FAB300」을 개발, 출시함으로써 전공정 반도체장비에 대한 토털 솔루션 제공업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반도체 전공정용 핵심 자동화설비인 「클러스터 툴」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브룩스오토메이션도 이번 전시회에서 자바 언어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장비 제어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선언했다.
이러한 세계 장비업체들의 움직임으로 볼 때 올해부터 0.18미크론 공정기술의 상용화는 물론 늦어도 내년까지는 300㎜ 웨이퍼와 구리칩 관련장비 시장도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너제이로 자리를 옮겨 열린 후공정 분야 전시회에는 복합칩 및 고속 메모리 테스트 장비와 마이크로 BGA용 각종 조립장비들이 대거 선보여 참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테라다인·어드밴테스트·슐럼버제 등 세계 주요 테스터업체들은 메모리와 로직 블록이 함께 들어있는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복합칩 및 차세대 고속 메모리용 테스트 장비들을 일제히 출시해 향후 반도체 테스터 시장이 이들 제품 위주로 전개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중에서도 테라다인이 출품한 복합칩용 테스트 장비인 「카탈리스트」와 고속 메모리용 「ARIES」는 최고 64개의 소자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초고속 장비로 국내 및 대만업체의 눈길을 끌었다.
조립장비 분야의 경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마이크로 BGA와 CSP에 대응한 각종 장비 및 조립·검사공정을 하나로 합친 반도체 조립용 인라인 시스템들이 대거 출품돼 앞으로의 기술추이를 가늠케 했다.
특히 일본의 가이조·시부야 등과 미국의 쿨리케&소파·알파셈 등은 미세지름 볼을 사용하는 각종 BGA용 조립장비들을 출품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평창하이테크·아이피에스·삼성항공·신성이엔지 등 9개 한국업체의 부스에도 전시기간 내내 참관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들 국내 참가업체는 에처·와이어본더·프로브 시스템 등의 장비와 펠리클·본딩 와이어·클린룸 등 반도체 유틸리티 및 재료 분야의 차세대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이번 전시회를 해외시장 개척의 교두보로 활용했다.
특히 국내 최대 프로브 카드 생산업체인 평창하이테크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초미세·다핀 프로브 카드 및 시스템을 출품해 수많은 외국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행사 참관인만도 8만명에 달한 「세미콘 웨스트 99」 전시회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장비 및 재료 전시회라는 명성과 최근의 장비 시장 회복 분위기에 힘입어 그 어느 전시회 때보다 규모나 출품작 수준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행사는 구리칩 제조장비, 300㎜ 웨이퍼, 마이크로 BGA 패키지 등과 같은 각종 차세대 장비 및 재료 기술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과 함께 이에 대한 세계 각국 장비업체들의 치열한 개발 노력을 재삼 확인시켜 줌으로써 향후 다가올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의 구도 변화를 예고하는 자리였다는 게 이번 전시회를 찾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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