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주전산기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정보기술·LG전자 등 일부 주전산기업체들은 최근 외국계 중대형컴퓨터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자체 개발한 국산 주전산기 대신에 외산 기종을 앞세워 올 하반기부터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타이컴」 등 국산 주전산기의 텃밭인 주전산기 시장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외산 기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국산 중형 서버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대표 표삼수)은 자체 개발해온 「UX9000」 등 국산 주전산기의 개발 및 생산을 중단하고 최근 컴팩코리아와 주전산기 시장공략을 위한 협력관계를 체결, 컴팩의 8웨이 PC서버 「프로라이언트 8000」을 오는 9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키로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프로라이언트 8000」에 유닉스웨어 운용체계(OS)와 각종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등을 적용, 「UX10000」이라는 제품명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자체 개발한 신주전산기 「LGS38000」 등 국산 주전산기를 공급하는 대신 이달부터 LG히다찌(대표 이은준)를 통해 일본 히타치의 8웨이 PC서버 「HA8000」을 OEM 공급받아 국산 주전산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올초 이미 한국HP의 유닉스서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앞으로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제품이 있을 경우 다양한 외산 기종을 들여와 기존 국산 주전산기를 대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우통신(대표 강병호)은 신국산 주전산기 「DTC20000」을 비롯해 일부 외국계 중대형컴퓨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외산 기종을 도입,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 대응해 나가기로 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국내 주전산기업체들이 외산 기종 공급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간 주전산기 사업으로 만성적인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국산 주전산기 후속기종 등 신제품에 대한 개발비 부담을 꺼려 상대적으로 영업활동이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주전산기 4사 가운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올 들어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가격조건 등이 좋은 외산 기종 공급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국산 주전산기 개발 국책사업에 나선 대기업들이 「국산 중형컴퓨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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