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수출 고부가 전략 급하다

 최근 들어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IMF한파로 인한 극심한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가전업계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상당수의 가전제품 수요가 IMF사태 이전으로 회복된 상황이다. 또한 고가품을 위주로 한 일부 제품의 경우 폭발적인 수요증가세를 기록, 가전분야 내수회복의 견인차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과 달리 수출분야에선 지난해보다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최근의 원화급등 현상 때문인데 이로 인해 이미 일부 업체들은 연초에 수립한 수출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국내 가전업계로선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10% 절상되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10% 인상해야만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인상으로 현지수요가 하락해 수출액은 감소하지만 수출업자가 물품을 수출하고 나서 받는 원화 수입액에는 큰 변화가 없게 된다.

 그러나 국내 가전업계의 현실은 다르다. 원화가 10% 절상되더라도 달러표시 수출가격의 인상폭이 4%를 밑도는 게 현실이다. 이는 가전업계가 가격상승에 따른 현지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로 인한 원화 수입액은 6∼8%나 감소하기 때문에 수출채산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국산 가전제품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나 시장지배력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예다.

 이제까지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은 고부가가치 위주의 품질경쟁력보다는 보급형을 위주로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수출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역이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 국한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할 것이다. 북미시장을 비롯해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과 물량」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한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경쟁력은 원화절상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한국산 가전제품은 중국과 동남아산 저가형 가전제품에 치받치는 한편 일본산 고가 제품에 머리를 눌리는 이제까지의 수출현상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가전업계가 최근 들어 제품수출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수출대상 지역도 신흥시장 중심에서 선진시장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디지털방송시대의 개막을 계기로 일본산에 뒤져온 영상기기분야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TV·HDTV·디지털VCR·DVDP 상품화에 적극 나서 수출판로를 개척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선진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 LG전자가 영국 B스카이B에 디지털TV를 공급하는 등 경쟁대상국인 일본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는 수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산 완전평면TV가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일본산 제품들과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의 제품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이제 내수시장 지키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올 하반기부터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해제로 인해 일본 가전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할 경우 한·일 가전업체간의 내수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은 자명하다.

 일부에선 일본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당장은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결코 낙관만 할 수는 없다. 또 이미 일본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한국 시장공략에 나서고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품질경쟁력 향상과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기업사활과 직결된 문제다. 차별화된 기술경쟁력과 고가제품 개발만이 환율변화에 민감하게 작용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을 지키고 선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도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시급한 과제다. 가전업체들의 제품 고부가가치 전략이 더욱 강도높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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