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전략 좌담회」가 이상희 한나라당 의원, 곽수일 서울대 교수, 신재철 한국IBM 사장, 곽치영 데이콤 사장, 홍성원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 권태승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 국내 정보화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1일 롯데호텔 루비룸에서 열렸다. 본사와 정보산업연합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정보문화센터가 후원한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인터넷비즈니스가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가름할 변혁의 물결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글로벌 무한경쟁이라는 격랑 속에서 인터넷비즈니스라는 배를 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곽수일 교수=우선 인터넷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부터 불식돼야 합니다. 아직도 국민 대다수는 인터넷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국내 인터넷 저변의 취약성을 초래해 국가·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신재철 사장=무엇보다 가르치는 법부터 바꿔야 합니다. 현재의 교육방식을 보면 이름있는 유수한 교육기관들도 인터넷과 관련없는 PC의 기본원리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피교육자들은 인터넷을 실제 사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쉽게 흥미를 잃고 마는 것입니다. 「컴맹」은 괜찮아도 「넷맹」은 안되는 게 요즘의 세상입니다.
△곽 교수=PC라는 용어도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확산되기 이전에는 사실 개인용컴퓨터가 「컴퓨터」를 아는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개방성·보편성을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은 컴퓨터의 원리를 몰라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정보기반이 돼버렸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몰고 오는 기존 컴퓨터 관련 용어도 재정비될 필요가 있습니다.
△홍성원 사장=불과 십수년 전 운전이 일부 계층의 「전문기술」로 평가됐으나 이제 완전히 대중화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인터넷도 조만간 생활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그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의 저변확대가 곧 국가·산업의 경쟁력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친숙해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곽 교수=언어문제도 인터넷 보급에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인터넷이 시·공간을 초월한 글로벌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이 인터넷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서 이를 소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상희 의원=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인터넷비즈니스를 위한 사회 인프라, 그중에서도 법적인 인프라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정보사회는 자율과 창의를 속성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내 법체계는 기존 관리사회형 법체계입니다. 법체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보사회의 법체계에는 장려와 촉진, 육성이라는 기본 관점이 녹아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세법·상법은 물론 형사법조차도 전면 손질을 해야 합니다.
△신 사장=지금껏 인터넷은 단순 정보검색이나 상거래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기업 내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곧 개별기업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산업·국가 전반의 리엔지니어링, 즉 사회의 구조개혁까지도 가져온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일례로 미국 상무부의 경우 인터넷을 채택하면 어느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지 지속적으로 홍보하면서 국가적인 마인드 확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홍 사장=그렇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조직 내부, 또는 조직간,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체질개선 효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도는 낮은 편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인터넷의 파급력에 대해 빙산의 일각을 스케치하는 수준일지 모릅니다.
△곽치영 사장=인터넷비즈니스는 산업혁명에 필적할 만합니다. 인터넷이 만들어낼 새로운 사회는 「네트워크 사회」입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300만∼400만명에 이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네트워크 사회의 근간이 될 인터넷은 앞으로 일반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을 것입니다.
△신 사장=최근의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전세계 인터넷 인구가 10억명에 달할 때 인터넷 단말기는 1조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소 100만개 이상의 기업체가 내부 업무 환경을 인터넷으로 정비하고 기업간 업무에도 이를 적용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산업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입니다.
△곽 사장=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물결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다양한 인터넷사업의 창출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거대 사업자에 의한 독점화를 방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벌써부터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인터넷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독점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각국 정부가 이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곽 교수=인터넷비즈니스는 특히 인터넷을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는 신생기업들보다 기존 업체들에 더욱 중요합니다. 사업화 주기가 산업사회에서 18년 걸리던 것이 인터넷비즈니스 시대에는 18시간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종전 사업모델에서 성공한 기업들의 대응이 늦어 인터넷환경에서 경쟁력이 도태될 것이라는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신 사장=인터넷비즈니스의 확산을 저해하는 요인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종전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이는 인터넷비즈니스가 가장 앞섰다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전 산업사회의 모델로 성공한 기업은 전혀 다른 인터넷비즈니스 환경에 발빠르게 적용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곽 사장=국내 기업들의 인식도가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산업사회에서는 한발 앞서 생각하고 준비해서 사업화했을 때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인터넷비즈니스 시대는 다릅니다. 구상에서 준비,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그만큼 산업발전 속도도 빠르고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입니다.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낙오를 자초하는 길입니다.
△홍 사장=종전 산업사회를 주도하던 기득권 계층이 전통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그들은 기존에 이룩한 업적이 있고 사회에 기여한 바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후의 세상은 다릅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인터넷비즈니스 시대는 새로운 경영철학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제는 최고경영자들도 정보기술(IT)을 단순 액세서리로 취급하는 저급한 마인드를 빨리 바꿔야 합니다.
△신 사장=우선 기업들은 기존의 상거래 관행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는 곧 사회의 폐습이기도 합니다. 면대면 접촉, 수작업 위주의 기존 업무 관행은 많은 부조리를 불러왔습니다. 이제 투명성·개방성을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 시대에는 이같은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홍 사장=기존 업무 모델을 신속히 개선해야 합니다. 정보수집 및 활용력이 최고의 가치인 인터넷 환경에서는 인터넷을 얼마나 업무에 적용하는지가 기업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곽 사장=산업사회를 끌어왔던 시장 논리는 인터넷비즈니스 환경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창출할 수 있는 신규사업도 무궁무진할 뿐더러 시장 선점의 의미도 별로 없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가 당장 「생각」과 「몸」을 바꾸는 것입니다.
△신 사장=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창한 뭔가가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부분부터 인터넷비즈니스를 활용하면 된다고 봅니다.
△곽 교수=산업 주체들의 노력은 필수적이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방안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홍 사장=우선 정책결정자들부터 인터넷비즈니스라는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정책결정자들이 무지하기 때문에 산업사회에나 적합한 정책대안을 인터넷비즈니스 환경에 적용하는 우스꽝스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국경없는 글로벌 전자상거래(EC) 환경에서는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이 의원=정책지원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한시적이지만 인터넷·EC를 통해 업무를 소화할 경우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강제나 억압이 아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시장경제의 축이 인터넷비즈니스 환경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정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교육·국방 부문에서 인터넷·EC를 활용토록 이끄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산업계의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적극 권장할 만한 방안입니다.
△곽 교수=종전의 상거래에서는 마켓셰어 등이 주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사이버시대가 가져다준 기회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가름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정부나 기업 모두가 더 늦기 전에 인터넷비즈니스시대에 맞는 발상의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정리=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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