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회 "이상과열"

 게임대회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작년 초 네트워크 게임 플랫폼을 도입한 하이텔이 플랫폼 공급업체인 비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미국의 PGL(Professional Gamer’s League)을 본따 「스타크래프트배 KPGL」대회를 시작한 이후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국내의 게임대회는 올들어 월례 이벤트가 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게임대회는 KPGL대회 이외에도 라임정보통신이 주최하는 「GPL(Gamenet Professional League)게임대회」 「두루넷 네트워크 게임대회」 「넷크럽 게임대회」 「배틀탑 인터넷 게임 올림픽」 등이 있으며 게임 제작사나 지역단위 게임방 체인본부, 대학교, 일반기업이 주최하는 단발성 게임대회까지 합치면 매월 수십여 차례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창기 게임 제작사의 게임 홍보나 PC통신·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의 회원 유치수단으로 시작된 게임대회는 게임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행사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게임 플랫폼과 이에 연동된 랭킹 인증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면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게임 올림픽」을 언급할 정도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상금 역시 전국대회는 초창기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수천만원대로 높아졌으며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체들도 청소년과 20대를 겨냥한 이벤트로 인식, 주최나 스폰서로 적극 나서고 있다.

 KPGL대회는 격월로 개최돼 그동안 6차례 열렸으며 현재 7회 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8월부터 예선이 시작되는 이 대회에는 음료회사인 동아오츠카가 스폰서로 나서 광고예산만 4억원 이상을 책정해 놓고 있다.

 라임정보통신이 총상금 700만원을 걸고 회원 게임방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GPL대회도 지난달 초 장장 2개월에 걸친 2회 대회가 성황리에 마감됐으며 다음달 예정으로 3회 대회가 준비중이다. 라임정보통신은 이 대회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게임플랫폼을 일반 게임방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임방 체인본부의 하나인 넷크럽기획이 주최하는 「넷크럽 게임대회」도 지난달 총상금 2300만원을 걸고 2회 대회까지 마쳤으며 8월 본선을 목표로 3회 대회를 위한 참가자 접수에 들어갔다.

 지난달 독자적으로 게임 랭킹인증시스템을 개발하고 「배틀탑 인터넷 게임 올림픽」을 주창한 매직네트정보통신도 지난주 서울 88체육관에서 총상금 2200만원을 걸고 5월 결선대회를 개최했다. 이 회사는 월별 입상자들을 다시 모아 분기 및 연말결선을 개최한다.

 이밖에 적지않은 업체가 올 하반기중 게임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총상금 1억원 이상이 걸린 초대형 대회도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게임대회 열풍에 대해 관련업계와 게이머들은 게임인구의 저변을 늘리고 게임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우후죽순처럼 대회가 늘어나고 행사규모 불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커진 상금으로 인해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승부에 집착하게 하며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나 사행심을 부추겨 게임 문화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대회 종목 역시 대부분 「스타크래프트」 「피파축구」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 외산게임 일색이어서 국산게임 개발사나 제작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게임대회 주최측들은 『외산게임 대용으로 게임대회를 완벽하게 치를 수 있는 국산게임은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며 국산게임의 「수준」을 탓하고 있다.

 또한 주최측들간의 과당경쟁이 대회 자체의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 회사가 수천만원대의 상금을 걸고 TV광고까지 하면서 게임대회를 주최한 후 상금과 상품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해버린 사건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 블리자드사가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세계 통합챔피언전 총상금이 2만달러(한화 24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국내 게임대회는 분명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관련업계는 국내의 게이머 수가 게임방 평균 이용객만을 계산하더라도 줄잡아 250만∼300만명선에 달하며 이 중 게임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잠재인구는 100만명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7000개를 넘어선 게임방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파고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게임대회는 계속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게임인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게임대회의 순기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관련업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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