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PC온칩 "팀나" 개발추진 의미

 미국 인텔이 PC온칩형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컴퓨터 관련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PC온칩은 PC의 주요기능을 담당하는 부품들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것으로 인텔은 내년 말 발표를 목표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와 그래픽 컨트롤러, 128KB 레벨2 캐시 및 다이렉트 램버스 메모리 컨트롤러 등을 하나로 통합한 칩을 개발할 계획이다.

 「팀나(Timna)」라는 코드명의 이 칩의 프로세서 코어로는 셀러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펜티엄II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것이 프로세서 코어가 되든 팀나는 고급 PC시장보다는 보급형 PC와 세트톱박스 등 저가제품 시장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업계의 관심은 따라서 프로세서 코어보다는 팀나에 통합될 메모리 컨트롤러가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되고 있는 램버스 D램과 연계되도록 설계된다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램버스 D램이 고급 PC기종은 물론 저가기종에까지 급속히 파고들면서 앞으로 메모리 시장의 신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메모리시장을 둘러싸고 표준경쟁을 벌이고 있는 램버스 D램은 올 하반기 출시돼 고급 펜티엄III 기종에 채택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제품으로 가격은 기존 싱크로너스 D램에 비해 50% 정도 비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인텔이 저가 PC용으로 개발될 팀나를 램버스 D램과 연계시킨 것은 이 새로운 메모리의 가격이 내년까지 대폭 인하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선 과연 그 정도로 이 제품의 가격인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팀나의 발표가 2001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발표 시기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진다 해도 팀나 개발을 계기로 인텔이 CPU를 넘어서 그래픽칩과 메모리 분야로의 영향력 확대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데는 많은 시장분석가들이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인텔은 이와 관련, 벌써부터 기존의 PC 아키텍처를 변경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텔이 최근 들어 PC 코어로직 칩세트에 대해 얘기할 때 입출력(I/O) 허브라는 표현을 자주 하고 있는데 이는 팀나의 코어로직이 I/O 디바이스와 스토리지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팀나를 기반으로 PC 아키텍처를 변경한다면 당연히 다른 PC부품의 공급업체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인텔의 팀나 개발이 차세대 메모리 표준경쟁의 와중에서 자사가 지지하는 램버스 D램의 표준화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자 그래픽 칩시장에 대한 지배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 표준경쟁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램버스 D램이 다른 경쟁제품에 비해 조기에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팀나에 램버스 D램 컨트롤러를 채용했으며 그래픽시장 장악을 위한 포석으로 그래픽 컨트롤러까지 통합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세계 프로세서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인텔이 다른 PC 주요부품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견해는 사실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러나 인텔이 이 같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팀나가 이 의도를 실현할 수단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지난 80년대에도 노트북 컴퓨터용으로 대부분의 주요 기능을 한데 통합한 「올인원」 프로세서를 개발하려다 포기한 사실을 예로 들면서 PC온칩인 팀나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텔이 올인원 프로세서 개발을 포기하게 된 주요 원인은 시스템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새로운 기능부가 요구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팀나의 경우도 급변하고 있는 그래픽 시장에서의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을 일부에선 하고 있다. 팀나는 기본적으로 프로세서이며 따라서 새로운 요구에 맞춰 즉각 설계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팀나가 최신 0.18미크론 미세 가공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칩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 것이 가능해져 새로운 기능을 부가할 여력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통합칩이 갖는 일반적인 약점은 여전히 갖게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기능 통합의 결과, 팀나가 프로세서와 그래픽 각각의 기능만을 놓고 볼 때 개별 기능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팀나의 개발이 램버스 D램의 보편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향후 대부분의 PC에 이 메모리가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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