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 출판계 사람들에게 올 여름은 그 어느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계절이 될 것 같다.
이 기간은 전통적으로 2∼3월 신학기 동안 1년 매출의 약 절반을 판 후, 다음 신학기가 될 때까지 매출이 뚝 떨어지는 비수기인 데다가 저작권 소송이라는 또 하나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문제는 현재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것만도 약 3∼5건에 이르며 여기에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올해 상반기 안에 약 10건 정도의 저작권 소송이 잇달아 터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최근 실시한 자격시험 문제를 자사 홈페이지(http://www.youngjin.co.kr/licensebook/ki/)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유출시킨 영진출판사(대표 이문칠)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저자와 출판사 사이의 분쟁이 대부분이었던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태현 산업인력관리공단 출제3팀장은 『영진이 국가 자격시험 문제를 외부에 유출시키는 것이 불법(국가기술자격법 위반)인지 뻔히 알면서 고의로 유출시켰다』며 『이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팀장은 또 『영진출판사가 수험생들이 정보기기운영기능사의 필기시험을 스스로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한 공단의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까지 불법 복제한 사실도 확인하고 최근 영진측에 이를 수록한 책을 모두 회수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단측은 만약 영진이 이 조처에 불응할 경우 『정식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영진출판사는 또 대학교재를 주로 펴내는 출판사인 희중당(대표 김중희), 컴퓨터 출판계 숙명의 라이벌인 정보문화사(대표 이상만), 영진에서 오랫동안 수험서팀을 이끌던 이상돈씨가 최근 자리를 옮긴 중앙교육연구소(대표 허필수)와도 각각 심각한 저작권 분쟁을 겪고 있다.
영진이 최근 펴낸 「정보처리기사」와 「정보처리기능사」의 경우 희중당에서 지난해 8월 번역한 「소프트 공학」의 내용을 상당 부분 표절했기 때문이다.
영진출판사는 최근 저작권 침해를 인정, 150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제의한 데 비해 희중당은 4500만원을 요구하는 등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영진출판사와 정보문화사도 최근 서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맞고소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 이 두 회사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 96년 정보문화사에서 「정보처리기사」와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을 위한 수험서를 펴냈던 광운대 J씨 등 10여명의 교수들이 올해 영진출판사로 출판사를 옮기면서 비롯됐다.
정보문화사는 곧 영진과 저자들이 자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지루한 재판을 계속하고 있다.
영진출판사도 지난 92년 발간한 「독학 이학사」의 내용을 정보문화사가 표절했다며 이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영진출판사가 펴내는 수험서들은 이밖에도 대학 입시교재 전문 출판사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와도 앞으로 심각한 저작권 분쟁을 낳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진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수험서팀을 이끌던 이상돈씨가 최근 중앙교육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양쪽 출판사에서 펴내는 책 속에 유사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 사람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저작권을 둘러싼 시비가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오락실 게임을 일반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에뮬레이션 게임 관련 서적의 경우 저작권 분쟁의 뇌관으로 통한다.
이러한 책들이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인기 절정의 게임을 그대로 복제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데 만약 저작권자가 이러한 복제를 문제삼으면 국내 컴 출판사들이 대부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컴퓨터와 관련된 책에는 하나 정도 들어있기 마련인 CD롬 타이틀도 저작권의 사각지대에 속한다는 점에서는 게임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다.
「흔히 문화사업을 한다」는 우리 나라 출판인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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