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62)

 나는 내 생애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뜻깊은 것인가 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소리를 치고 울면서 태어난 이래, 모든 것은 처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눈이 뜨이면서 처음 빛을 보게 되며, 색깔을 구별하게 되며, 어머니를 보게 됩니다.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처음에 간호사를 먼저 본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우리가 사물을 인지할 능력이 있든 없든, 모든 것을 처음 대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난 처음이 되풀이되면서 처음이 다음이 되고, 그리고 다시 다음 차례가 되는가 봅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이 되면 해가 지며, 그리고 밤이 옵니다. 다시 그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르고 다시 저녁이 옵니다. 이와 같은 일이 한 생애를 통해 수만 번 되풀이되지요. 만약 100살까지 산다면 그렇게 되풀이되는 밤과 낮을 3만6500번 정도는 경험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아침과 밤을 어디에서 맞이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소와 배경이 바뀐 것으로 해서 같은 아침과 저녁도 달라 보이는 것입니다. 마치 처음인 것 같이 생각되는 것이지요.

 나는 미국을 향하는 하늘에서 밤과 아침을 맞이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태양이 내 아래쪽에서 떠올랐습니다. 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고 있어 점차 날이 밝으면서 비행기의 창을 통해 저 아래쪽에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비행기가 그 태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인상을 줬습니다. 태양에 비친 구름은 일찍이 본 일이 없는 휘황찬란한 빛을 사방에 쏘아댔습니다. 나는 그렇게 밝고 휘황찬란한 빛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고,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수천번 경험했던 아침이 아니었습니다. 그 태양 역시 늘 보던 것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태양이 떠오르자 지구의 한쪽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풍경을 보면 지구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우주 비행사나 쓸 수 있는 그 용어를 나는 비행기 안에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온 비행기가 앵커리지 공항으로 접근할 때 구름을 헤치고 대지의 한쪽이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의 한쪽이었습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은 가을인데도, 앵커리지 부근의 산악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길이 그 산악을 가로질러 뻗어 있는 것이 마치 명주실처럼 길게 늘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그 지구의 한쪽에 잠시 내렸습니다.

브랜드 뉴스룸